매년 정원을 가꾸기 위해 구입하는 야생화는 고운 자태를 뽐내며 모습을 드러낸다. 반면 잡초라 불리는 식물은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는 식물이다.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스스로 힘으로 살아가는 잡초 생존기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잡초는 광합성 효율이 높고 생장이 빠르다. 대부분 잡초는 새싹이 1cm 정도로 작지만 얼마 지나지 않으면 몇 미터까지 자란다. 생육이 빠른 잡초는 빛이 강한 여름에 증산을 억제하고 강한 빛에 광합성 효율이 높은 식물이 많다고 한다.
토끼풀이나 바랭이 같은 잡초는 본엽이 나오고 줄기를 뻗기 전 손바닥보다 작을 때, 제초작업을 진행하는 게 좋다. 줄기를 뻗어 마디마다 2차 뿌리를 땅에 내리게 되면 제거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종자가 가벼워 멀리 이동한다. 잡초는 튼실한 수많은 종자를 생산한다. 잘 자란 망초는 약 80만개의 종자를 만들고, 부들은 35만개 정도의 종자를 만든다.
국화과 식물은 원형의 두상화서를 갖는 특징과 대부분 바람을 이용해 멀리 날 수 있는 갓털이 있는 종자를 만든다. 부들 또한 가을이 되면 씨앗의 갓털을 부풀려 바람을 타고 여기저기로 이동해 정착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누가 심지 않아도 묵은 논이나 물 고인 도랑이 있으면 저절로 자라게 된다.
셋째, 불량한 환경에도 생장이 가능하다. 잡초라 부르는 식물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아하는 특징을 가진다. 냉이, 강아지풀, 바랭이, 명아주 등이 이런 특징을 가지며 어디를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잡초다. 잡초들은 주변 환경에 적응해 형태를 바꾸는 능력이 있다.
바랭이는 평지에서 자랄 때는 방석처럼 사방으로 퍼져 자라고, 산철쭉 같은 관목 사이에서 나게 되면 빛을 찾아 산철쭉에 의지해 직립으로 자라는 특징이 있다. 가뭄이 들면 물을 찾아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며 땅이 습하면 잔뿌리를 사방으로 뻗어 줄기를 지탱한다.
넷째, 개화 후 성숙이 빠르고 후숙이 잘된다. 잡초는 꽃이 피는 순간에도 종자가 만들어져 발아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잡초들은 꽃이 피었을 때 그대로 두면 씨앗이 후숙으로 종자가 되어 발아된다. 국화과 잡초를 완전하게 제거 하려면 뽑아서 땅을 파 매립하거나 건조 후 소각하는 게 좋다.
다섯째, 자가수정과 영양번식이 가능한 번식력을 가진다. 대부분 식물은 유전 다양성을 위해 타가수정을 통한 유성생식으로 종자를 만드는데 큰개불알꽃이나 달의장풀은 곤충이 찾아오지 않으면 꽃이 질 때 수술이 말려 암술머리에 닿아 자가수정으로 씨앗을 맺는 구조다. 유전형질이 다양한 자손을 만들지는 못하지만 자신과 같은 종자라도 만들려는 생존 전략이다.
반면에 고마리 식물은 수정 없이 무성생식으로 꽃이 피지 않는 폐쇄화를 만들어 증식하는 능력이 있다.
종자를 이용한 번식은 한 세대를 기다려야 새로운 개체들을 만들 수 있는데 개구리밥, 마름, 자라풀 등의 식물들은 영양번식을 통해 한 세대에 자신과 똑같은 식물을 수없이 복제한다.
여섯째, 해넘이 식물이 많은 잡초다. 겨울에도 잡초는 지상부가 죽지 않고 로제트 형태로 겨울을 나는 해넘이 식물이 많다. 이렇게 잎을 땅에 바짝 붙여 추위를 견디고 이듬해가 되면 꽃대를 올려 종자를 맺어 또다시 수많은 자손을 남기고 죽는다. 민들레, 망초, 개망초, 뽀리뱅이, 큰방가지똥, 지칭개, 씀부귀, 고들빼기, 냉이 등 겨울은 나는 식물은 이른 봄 제초작업을 진행하는 게 좋다.
지구 생태계는 수많은 생명이 각기 존재 이유를 가지고 서로 어우러져 도와가며 살아간다. 우리가 흔히 보는 개망초는 꽃집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귀하게 대접을 받는 꽃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개망초보다 더 아름다운 꽃을 찾게 되자 개망초는 들과 밭으로 밀려나게 되면서 잡초로 불리게 됐다.
목적에 의해 심어지면 화초, 정원에 불필요하면 잡초로 구분하고 싶다. 사람들의 인위적인 훼손이나 핵폭탄으로 폐허가 된 땅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생명체 잡초는 식량과 약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고마운 존재로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