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원면에 미술관이 생긴다. 개관을 앞두고 있지만 벌써부터 활기가 돈다. 
마을 주민이 벽화를 그리는 작가들에게 차 한 잔을 건네며 날씨가 추운데 고생이 많다고 응원도 보낸다.
농촌마을의 미술관, 차분하고 편안한 농촌에서 만나는 미술관은 도심 속 미술관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도심을 떠나 한적한 미술관을 원하는 이들은 여유와 감성을 찾아 아무리 먼 길도 마다하지 않는다. 더욱이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한적함이 주는 단어는 최고의 콘텐츠이기도 하다.
화원면에 신축 중인 미술관은 화원농협과 지역예술인의 의지로 만들어졌다. 농협은 농민들을 위해 자녀 장학금이나 크고 작은 봉사 등 지역 환원에 힘쓰고 있지만 이번과 같이 미술관을 개관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농촌에서 농협은 은행 창구 이상의 개념을 가지고 있다. 모두가 어렵던 시절, 농민들은 농협에서 융자를 받기도 하고 또 벼 수확철에 목돈 들고 농협을 찾았다. 농협 직원들의 일과도 창구보단 논밭에서 직접 발로 뛰는 일이 많았다. 은행이 많이 없었기에 농협은 농업과 함께 성장했다. 농사규모가 큰 마을엔 어김없이 농협창고나 농기계수리센터 등 농협 건물이 존재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농협을 대체할 은행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현대에 이르러 은행거래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계좌를 만들고 대출과 저축, 투자까지 손안에서 가능한 시대가 됐다. 그럼에도 농민들이 농협을 주 거래처로 여기는 것은 농업과 농민의 정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다는 판단에서이다.
이번 공공사업은 농업인에게 직접적인 혜택은 아닐지라도 농민들이 걷고 지나는 공간에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웅군이자 농군인 해남엔 수없이 쓰지 않는 건물이 많다. 이번 화원미술관의 가장 큰 의미는 과거 농업 황금기의 잔재물이 문화의 공간으로 다시 피어났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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