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부터 20년 간 산이소식통
땅끝소식지 명예기자 김은정씨

산이면 반송리 김은정씨는 20년째 땅끝해남소식지 명예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앳된 새댁이 밭일을 하다가 마을 어귀에 걸린 사법고시 합격 플랜카드에 눈빛을 반짝인다. 하던 일을 멈추고 고무신 바람으로 음료수를 사들고 가 사법고시 이야기를 취재한다.
산이면 반송리 김은정(55)씨는 새댁이었던 1999년 해남군 땅끝해남소식지 창간부터 명예기자로 활동해왔다. 김씨가 산이면의 소식을 전한지도 20년이 됐다. 
땅끝해남소식지 명예기자는 면사무소 추천으로 시작했다. 주부였던 김씨는 특별한 글 솜씨가 없어 처음 기사를 쓸 때 애를 먹었다. 그러나  지금은 베테랑 명예기자로 산이면 곳곳을 누빈다. 
남편과 배추농사를 짓던 김씨는 밭일을 할 때면 휴대용라디오를 가지고 다니며 듣곤 했는데, 애청 프로그램은 여성시대였다. 평생대학이라고 생각하고 챙겨 들었던 라디오에서 사람들이 서툴지만 진솔하게 보낸 사연이 재밌었다. 아마 그때부터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있었나보다.
김씨는 주변 이웃들에 대한 따뜻한 글을 쓴다. 그는 소식지에 글 쓰면서 인생이 더 즐거워졌다. 한 달에 한 번 전하는 생생한 산이면 기사에 자부심을 가진다. 
김은정씨는 “최대한 다른 곳에서 보지 못하는 소식, 지역에 따뜻한 기사를 쓰려고 한다. 기사가 나오면 평범하게 생각했던 자신들의 삶에 의미가 더해져 자존감이 올라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로 ‘산이면 잉꼬부부 이야기’를 꼽았다. 
산이면에서 지체장애를 가진 부부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늘 손을 잡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쓴 기사다. 순박하고 서로에게 잘하는 모습을 보며 아무것도 아닌 일에 다투기도 하는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김씨는 “적십자에 연계해 부부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일상에서 지나는 일들을 깊이 있게 보고, 기사를 씀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긍정으로 바뀌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민들과 향우들의 응원도 많이 받았다. 
“너희 각시가 글 쓰니까 좋더라. 민주엄마가 짧게 임팩트 있게 쓰니까 읽기 좋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또 멀리서 소식지를 받아보는 향우들도 마을에 내려와 그를 찾아 칭찬을 한다. 짧은 기사라도 우리 마을 기사가 실렸을 때 반가운 마음이 든단다. 
그는 글을 쓸 때면 자신만의 세계가 펼쳐진다. 누구의 엄마, 아내가 아닌 김은정으로 글을 쓴다. 김씨는 시골여성들이 주체적인 삶을 그려갔을 때 내가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한 길이라고 설명했다. 
글쓰기에 재미를 붙인 김씨는 라디오에 보낸 사연이 당첨돼 아시안게임 성화 봉송을 하기도 했고, 강원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며 모두 명예기자를 한 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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