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섭건/화산면사무소 산업팀
이섭건/화산면사무소 산업팀

 

 “뽀드득 뽀드득…” 사뿐히 즈려밟을 뿐인데도. 해남이라는 낯선 곳에서의 공직생활의 시작을 반기기라도 하듯 밝고 경쾌한 눈 밟는 소리가 아름다운 연주처럼 들린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살다 우리나라 최남단인 해남에서의 눈은 보는 것도 소리도 분명 달랐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매서운 칼바람을 타고 흩뿌려지는 눈이 해남땅에 수북이 쌓이기 시작했다.
 해남땅을 덮기 시작한 눈, 화산면사무소 직원들의 제설작업 작전이 개시 됐다. 모래와 염화칼슘을 잘 섞은 혼합물을 트럭에 싣고 4~5명이 한 조를 이뤄 도로에 뿌리는 작업이 진행됐다.
 트럭 앞쪽에서 뒤쪽으로 혼합물을 삽으로 밀어주면 그것을 도로에 골고루 뿌리는 작업이 몇 시간가량 계속됐다.
 나머지 직원들은 창고에서 다음 작업을 하며 다시 올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쯤 되니 세상을 온통 하얗게 뒤덮은 눈이 설경의 아름다움을 주기보다는 매우 성가시고 두려운 존재로 각인됐다. 잠깐 동안의 제설작업일지라도 그때의 눈은 감상의 대상이 아닌 빠른 시간 내에 제거해야 할 상대였을 뿐이다.
 겨울철이 따뜻한 편이고 눈이 잘 내리지 않는 해남까지 전국을 강타한 한파와 폭설이 몰려오다니 일복이 터진 것만 같았다.
 주중과 주말까지 눈에 의한 비상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면사무소 직원들의 피로도 가중되고 힘들어하는 표정도 역력했다.
 아직은 한없이 어리숙하고 실수투성이인 신규 공무원, 짧은 기간이지만 공직의 매운맛(?)을 톡톡히 본 것 같다. 그런데도 불평없이 면민들의 안전을 염려하며 기민하게 움직이는 동료들, 대지를 하얗게 덮은 눈만큼이나 숭고했다.
 이번 제설작업을 하면서, 일반인일때와 공직자일 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군민들을 위해 책임과 의무감을 갖고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체감하는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제설차량에서 살을 에는 바람을 맞으며 모래를 퍼내느라 흘린 땀방울들이 혼합물에 스며들었다.
 그런 혼합물과 함께 도로상에 뿌려진 땀방울들처럼, 앞으로 새로운 삶의 터전인 해남땅에서 면민과 군민들을 위해 흘릴 나의 땀방울들이 지난 인생과 앞으로의 인생 그 어느 때보다 값진 땀방울이 될 수 있도록 정진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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