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미/행촌문화재단 대표
이승미/행촌문화재단 대표

 

 중요한 일을 앞두고 막막할 때 먼저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가 그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쉬운 질문이지만 질문에 답이 있다. 이제 해남군립미술관에 이질문을 넣어보자.

 해남군립미술관은 누가(누구에게)? 해남군립미술관은 언제? 해남군립미술관은 어디에? 해남군립미술관은 무엇을, 해남군립미술관은 어떻게? 해남군립미술관은왜? 이렇게 질문 해보면 마술처럼 쉽고 간단해진다. 다시 질문의 순서를 바꿔보자.  누가 누구에게 왜?는 이미 당위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략해도 좋다.

 언제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이 질문들을 하나씩 지워보자.
 언제? 는 빠를수록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디에? 는 지금 현재의 예정지의 장단점, 호감도에 대해 군민의 의견이 중요하다. 군립미술관은 군민이 사랑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할 미술관이어야 하고 지역예술가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술관이기 때문이다. 또한 군의 행정적 판단 역시 매우 중요하다. 향후 100년 뒤에도 군립미술관은 존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0년 30년 50년 뒤에도 여전히 유동인구가 많고 지역상권에도 도움 되고 군의 예산 투입이 아깝지 않은 곳, 게다가 외부 관광객과 단순 방문객도 반드시 들러 쉬어갈 수 있는 곳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그렇다고 그 곳이 시내 중 심에 비싼 땅만을 고려 한 것은 아니다. 해남의 역사 문화자원과 가까운 어떤 곳, 이미 운영 중인 어떤 시설과 연동돼도 좋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80년대 과천에 미술관을 세웠지만 설립 직후부터 30년 동안 예술가들의 비난과 여론의 질타, 서울시민들의 민원에 시달리다가 결국 2013년 서울관을 새롭게 개관하고서야 오래 묵은 반복적인 민원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만큼 어디에?는 첫 단추를 꿔는 일이니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두고두고 민원에 시달릴 일이다. 

 이제 무엇을? 어떻게? 가 남았다. 사실 무엇을? 어떻게? 가 미술관의 핵심이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영어로 모두 뮤지움이나 대표적으로 History Museum과 Art Museum으로 구분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소재의 독특한 박물관 미술관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렇다고 해남군립미술관을 어떻게 만들지는 기상천외한 창의적인 상상력까지는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군의 문화정책 방향이 해남군립미술관을 1개만 고려한다면 접근이 용이한 곳에 있어야 될 것이다.
 해남군청 혹은 터미널 인근에 있다면 장소에 대한 우려는 없어지겠지만 지금 현재 유휴화된 시설 중에서도 역사적 중요도 장소적 특성 등을 고려한다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해남군립미술관이 1개가 아니라면 또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

 여기에 해남군의 문화정책이 개입 돼야 할 지점인 듯하다. 해남군 전체를 두고 역사 문화적 중요 분포도, 군민 향유권 등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군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핵심전략인 무엇을? 어떻게?는 해남군립미술관의 성격을 규정하는 사안이다.
 철저히 해남 예술을 한눈에 보여주는, 해남예술인들의 지역미술관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러한 방향이라면 지역예술가 작품 100점 이상을 소장하고 철저히 지역미술관을 표방하는 전략을 세우면 될 것이다.
 미술관에 해남군문화예술의 역사와 전통을 담을 수도 있고, 미래지향적인 동시대미술을 담아 갈 수도 있다. 지역 어린이 청소년 성인 노령인구의 문화 향유와 교육을 목적으로 할 수도 있다. 다양한 여론을 수렴하고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지점이다.

 이제 해남군립미술관을 짓기로 결정했으니, 해남군립 미술관에 담을 정책을 만들고 군민과 공감대를 형성해 함께 미술관을 만들어갈 일이 남은 것이다. 어찌 기쁘고 설레이는 일이 아닐까… 뜨거운 감자가 아닌 축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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