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2일은 유엔(UN)이 제정(1992년)한 ‘세계물의 날’이다. 유엔이 앞장서서 물의 귀중함을 선언한지 거의 30년이 됐다.
하여 “내가 물봉이냐!”, “나를 물로 보느냐!”라는 항변도 이제 퇴출돼야 할 시점이다. 세계 물의 날에 즈음해 대흥사의 계곡물을 결코 물로 봐선 안 된다. 그렇다면 대흥사의 계곡물이 전국 유명세에 부합하는 사랑과 관심을 받았을까.
그런데 말입니다. 대흥사 지역은 자연계가 천년 동안 빚어 놓은 경외로운 생태경관이 존재한다. 그러나 근래 인간계가 빚어낸 각종 인공시설물에 의해 점점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사찰에 어울리지 않는 불사(佛事)가 현재진행형이다. 옛 고승분들의 부도와 탑비보다 더 웅장한 부도와 탑비가 들어서고 있다.
내친김에 한 마디 첨언한다. 대흥사경내엔 이미 편의시설과 판매시설 그리고 옥외 공중화장실 등으로 시설물이 고밀도화된 상황이다. 이러한 즈음에 유선관도 호텔급 숙박시설로 확장 리모델링해 오는 5월경에 개관 예정이란다. 제1주차장 부근엔 공사알림판이 없어 용도를 알 수 없는 건축물도 시공 중이다.
필자는 이러한 불사와 시설물이 필요치 않다는 견해는 결코 아니다. 두륜산자락이 품을 수 있는 공간적 한계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시각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건축물과 시설물이 이미 고밀화와 과부화된 상태이다.
물론 건축물과 시설물이 과부하상태일지라도 이에 합법한 정화조 시설은 물론 우수관로와 오수관로를 설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량의 생활오수 배출로 인해 대흥사의 자연생태계곡과 계곡물이 안녕할 수가 없다라는 예측이다. 즉 배출오수의 총량오염 관점에서 볼 때 계곡수의 청정수가 유지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있다.
사실은 웬만한 오염수라도 자연생태적 계곡을 2km정도만 흘려가면 자연정화가 된다. 물의 신비한 자정작용이다. 그러니까 진불암·일지암·북미륵암·남미륵암·상원암·남암·관음암·백화암에서 혹 오염수가 유출되더라도 대흥사의 거의 완벽한 자연형 하천에서 약 2km만 흘러가면 자연정화가 된다.
문제는 이럴 경우가 계속된다라면 자정능력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하천의 바닥과 측면 그리고 바위와 돌들이 오염물질로 조금씩 축적된다. 필자가 보기엔 이러한 오염의 초기증상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
물의 오염은 생활오수·공장오수·축산오수·농업오수·토건오수·비점(非點)오수 등에 기인한다. 대흥사의 계곡수는 이러한 오수원인에서 비교적 자유스런 바 1급 청정수로 관리돼야 한다. 특히 대장균이 불검출되는 계곡수여야 한다. 대장균이 검출되는 물로는 손과 얼굴을 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말을 조금 바꾼건데 이미 입적하신 청화스님이 곡성 태안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곡성군청에서 태안사 계곡과 진입로의 정비를 제안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자연생태 그대로 유지할 것임을 표하시고 곡성군의 제의를 거절했다. 그래서 지금은 태안사의 계곡과 진입로의 수림이 더욱 자연생태화됐다고 한다.
불자와 관람객이 대흥사와 스님에 대해 경의와 감사를 표하듯, 대흥사도 자연생태계에 대한 적정한 응답이 있어야 한다. 천년도량인 대흥사의 자비로움과 자연생태성이 더욱 높은 수준으로 유지됐으면 좋겠다.
대흥사 경내의 계곡물을 물로 취급하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