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단위 주민자치회 구성이 치열하다. 공동체 회복을 위해 조직된 주민자치회 회장선거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오히려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해남군은 올해 14개 읍면에 걸쳐 주민자치회 출범을 계획했다.
그러나 주민자치운동을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한다는 삼산면과 북평면이 치열한 선거로 회장선출이 진행되자 북일, 삼산, 북평, 계곡, 황산면을 끝으로 자치회 구성을 일단 보류키로 했다.
현재 북일면은 추대형식으로 회장을 선출했다. 북일면은 다른 면과 달리 준비위원회 과정도 거치지 않았다.
다만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하며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키웠고 각 마을을 돌며 주민들과의 소통을 강화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회장을 추대형식으로 뽑은 것이다.
주민자치운동은 나의 운명은 내가 결정하듯 마 을과 면 의 미래를 주민 스스로 만들고 실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키우는 데서 출발하는 운동이다.
따라서 주민자치회는 다른 기구와 다른 협치 성격이 강하다. 어떤 사업을 진행하기 앞서 주민 스스로 자치 역량을 키우는 것이 주민자치의 시작이다.
그러나 회장선거에 보여주듯 주민 자치회가 하나의 기구로 전락하고 있다. 하나의 단체, 주민들을 통솔하는 하나의 지위로 전락하면서 치열한 선거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우린 마을이장 선거를 통해 마을이 분열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그런데 주민 화합과 공동체 회복을 목표로 건 자치회까지 선거로 치러진다면 주민자치회가 과연 필요할까.
주민자치회는 요즘 화두이다.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모두 주민자치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주민자치회도 정부의 여러 산하단체처럼 정부의 법개정과 행정의 지도하에 출발했다.
엄밀히 말해 주민자치가 건강하려면 마을에서부터 자치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하부에서부터 올라온 운동이 면단위로 확산되고 군단위에서 모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해남의 주민자치운동은 해남군의 주도하에 급속히 확산됐다. 문제는 행정의 이러한 움직임이 주민자치회를 면단위 모든 힘의 구심점으로, 핵심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주민자치회는 면단위에 있는 기존 조직 및 행정 등과 상호 협력하고 교류하며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키우는 일을 하는 곳이다. 하나의 사회단체 또는 하나의 기구로 인식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해남군은 현재 아카데미를 통해 자치활동가들을 양성하고 있고 중간지원조직도 구성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숨을 고를 필요가 있다. 양성된 활동가들이 마을단위에서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시작하며 하부에서부터 탄탄한 주민자치역량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활동가들이 길러지고 그들을 중심으로 자치회가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자치란 이론보단 몸으로의 체화과정이다. 또 갈등조정의 힘이다. 갈등조정의 힘이 길러지면 공동체 역량도 강화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민자치회, 희망보단 걱정이 앞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