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천/전 교사
김석천/전 교사

 

 비교적 신뢰도가 높다는 모 방송을 보고 있자니 화가 치민다.
 힘이 있는 위치에서 이런저런 불법을 자행하고, 내부 정보를 활용해 부를 챙기고, 어제의 약속이 며칠도 가지 못하는 현실을 보고 있자니 말이다.
 서울에 사는 아들과 통화를 했다.
 “아버지, 서울에서 집을 가진다는 것은 꿈으로 끝날 것 같아요. 허리띠 졸라매고 몇 천만 원 겨우 모아 놓으면 몇 억씩 오르니 성실하게 사는 의미가 없어져요.”
 그동안 ‘원칙과 기본이 바로 선 사회’,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대접받고 성공하는 사회’, ‘비정상의 정상화’ ‘적폐 청산’이라는 목소리는 높았다.
 허나 지금의 우리 사회는 흐늘거린다. 공동체 의식보다는 개인주의, 자기 편의주의가 팽배해졌다. 경제 불평등은 이전보다 심화됐다. 공통가치(共通價値)나 도덕기준(道德基準)이 혼란스럽다. 우리 사회의 아노미 현상(anomie 現象)이다.
 이런 문제들의 발생 원인은 합리적 정치의 부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공공성을 상실한 국가권력, 실적 쌓기 위주의 국정운영, 표(票)에 묶여 조령모개(朝令暮改)로 바뀌는 원칙 없는 정치가 문제다.
 정직하게 살면 대접받고, 성실하게 살면 성공할 수 있다는 ‘희망공식’이적용된다면 누구나 그렇게 살려고 할 것이다.
 성실히 살아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될 때 경제 민주화라는 가치는 빛을 잃고 구성원들은 반발하는 법이다. 천자문에 묵비사염(墨悲絲染)이란 구절이 있다. 묵자가 ‘흰 실에 검은 물이 들면 다시 희지 못함’을 슬퍼했다는 이야기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옛 말처럼 국민의식은 시나브로 부정적으로 변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를 실천해야 할 윗분들은 공공정신이 부족하고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다.
 ‘매스컴의 보도를 믿어야 하나?’ ‘정부는 무엇을 감추고 있을까?’ ‘저 정치인의 말 뒤에 숨어있는 꼼수는 무엇일까?’ 일단 이렇게 의심해 놓고 상대방의 말을 들어야 실망하지 않는 사회다.
 2017년, 문대통령이 부탄을 방문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정부가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면, 정부의 존재 가치가 없다.” 부탄 법전에 나오는 글인 걸로 알고 있다.
 부탄은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의 10분의 1 수준인 나라. 그럼에도 국민들은 행복감을 느끼며 사는 나라다.
 국왕은 “국민소득이 아닌 국민의 행복지수를 기준으로 나라를 통치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들이 ‘행복하다’를 외치며 사는 이유다. 우리 역시 국민행복을 원한다.
 국민의 밥상을 풍요롭게 하는 일, 미래를 만드는 일은 정치의 근본이다.
 한편,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일은 국민의 도덕성이다. 그게 꿈같은 이야기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다시, 기본이 바로 선 나라, 성실하고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나라의 기틀을 세워 국민 행복을 위한 발돋움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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