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학교 사학과 해남 해양문화 답사 후기-

오원빈(목포대 사학과 18학번, 답사준비위원장)
오원빈(목포대 사학과 18학번, 답사준비위원장)

 

 5월29일 토요일. 해남의 해양문화를 찾아 떠나는 발걸음은 왠지 모르게 설렘을 가슴 속에 품게 했다. 답사는 화원면 신덕리 초기청자 요지를 시작으로 해남의 해안선을 따라 일주하는 것으로 이뤄졌다.
 우수영과 고천암을 거쳐 송지면 군곡리 패총지에 들렀고 땅끝을 찍고 북평면 달량진성을 거쳐 북일면 신방리 장고봉고분에 이르렀다. 여기서 두륜산을 넘어 녹우당에 당도했다. 해남의 해양문화를 마치 코스요리처럼 맛볼 수 있는 이번 답사는 아쉬웠지만 이렇게 마무리됐다.
 강진에서보다 더 앞서 시작된 화원 신덕리 초기청자 요지는 해남의 청자기술력과 해양 교류 등을 알아볼 수 있는 장소였다. 현장에는 아직도 청자 편들이 남아있어 역사의 현장감이 더욱 와닿았다.
 고천암과 녹우당은 해남의 해양간척사와 해남윤씨 명문가와의 관련된 역사탐구 기회가 됐다. 군곡리패총과 장고봉고분에선 영산강 유역 고대사회의 일원으로서 해남 포구세력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달량진에선 해남의 수군진을 통해 왜구의 침략사를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정이 진행될수록 우리의 메인 주제인 ‘해남의 해양문화’가 밀물이 밀려오듯 서서히 느껴졌다.
 답사 현장의 분위기는 뜨겁지만 바람이 불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해남의 날씨 같았다. 학생들의 학구열은 정말 대단했고 뜨거웠다. 들르는 곳마다 해남의 해양문화와 관련한 새로운 주제를 찾아내고, 서로 의문점을 제기하며 열띤 토론을 벌였다.
 모두 해남 해양문화의 매력에 빠져들며 바람처럼 빠르게 뒤섞여 금세 친밀도를 쌓았다. 자연스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조성돼, 절로 웃음을 지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서문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해남은 우리에게 땅끝 마을이라는 단어로 친숙한 곳이다.
 하지만 이번 답사를 통해 해남은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있는 곳은 절대 아님을 느꼈다. 해남이 가지고 있는 위치와 세 개의 반도로 구성돼 있는 지형은 수많은 단어로 형용할 가치가 있는 곳임을 알았다. 해남을 사랑하게 된다면 이곳이 가진 아름다움을 알게 될 것이며, 알고 나면 그것들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이전까지 알고 있던 땅끝 마을에 국한된 해남이 아닌 보다 넓은 시각으로, 다른 해남의 모습이 느껴질 것이다.
 단지 땅끝마을이라는 것에서 벗어나 해양문화, 해양 역사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알게끔 하는 것, 이것이 이번 목포대학교 사학과의 해남답사의 목표였다. 과거 영산강 유역 고대사회의 해양 관문이었음을 확인시켜준 군곡리 패총과 방산리 장고봉고분으로부터 해양 대첩의 역사가 어려 있는 명량, 그리고 해남의 맛과 해남의 뿌리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들을 느끼고 알 수 있었다.
 아직도 해남의 청록색 바다와 산이 아른거린다. 가방을 메고 잠시 학업에서 벗어나 해남의 경관을 눈에 담으니 가슴에 담았던 분방한 생각이 연기처럼 사라져가는 듯했다. 아쉬운 점은 다음을 기약하고, 인상 깊은 점은 기록으로 남겨 일단 답사의 페이지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이제는 <한국의 하이난, 해남의 해양문화를 탐구하다>라는 주제로 목포대학교 사학과의 제29회 학생심포지엄을 본격 준비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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