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천(전 교사)
김석천(전 교사)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다.
 역사 기록은 기억을 보존하는 방법이며 역사를 기록하는 일 자체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고 그랬을 때 인간의 이성은 미래를 보다 합리적이고 바람직하게 이끌 것이다.
 아프리카는 구전 전통을 중시하는 대륙이다. 많은 역사적 자료들이 문자 기록보다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아프리카에는 부족의 역사와 전통을 기억하고 암송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이러한 ‘집단 기억’을 관리하는 아프리카의 현자들을 서부 아프리카에서는 ‘그리오(griots)라 부르는데 지역에 따라 젤리(Jeli), 디엘리(Djeli), 게월(Géwél) 등으로 불린다.
 이처럼 역사를 보존하는 일은 지구촌 어디에서나 중요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역사에는 편파성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역사학의 주류중의 주류로 일컬어지는 ‘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 E.H.카는「역사의 사실들은 역사가들이 선택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수백만 명이 루비콘 강을 건넜지만 역사가들은 오직 카이사르가 건넌 것만을 중요한 것이라 말한다. 모든 역사적 사실들은 그 시대의 규준에 영향을 받은 역사가들의 해석상의 선택의 결과로 등장한다」고 했다.
 광주 5.18민주화 운동을 폄하하는 기록들이 역사의 편파성의 보기일 것이다.
 그 시대를 정확히 알고 싶으면 역사가가 기록한 것뿐만 아니라 역사가가 기술하지 않은 것들도 살펴보아야 한다. 따라서 역사를 기록하는 사람들은 역사적 사실의 선택에 있어 필히 객관적어야 하며 권력자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까지도 관심을 두는 균형감을 가지고 기술해야 한다.
 지난 2019년 1월에 해남읍지가 발간됐다. 1955년 해남면에서 해남읍으로 승격한 이래 60여년 만에 처음 다듬어낸 해남읍의 역사지다.
 해남읍지를 집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옛일을 아는 어른들은 고인이 됐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으로 사료가 사라져 참고 자료와 고증의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날에 있었던 일들을 사실대로 충실하게 복원하는 작업은 반드시 사료나 고증에 의거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1925년에 발간된 해남군지와 1995년 발간된 증보판 그리고 2015년 발간된 해남군사가 있어 당시의 자료를 제공했다. 그 외 개인이 소장한 여러 자료들과 당시의 경험을 기억하고 계시는 어르신들의 고증을 더해 해남읍만의 역사를 기록했다.
 2019년 해남읍지 발행 이후, 해남읍에서는 나중 후손들이 역사를 기록하는데 도움을 줄만한 의미 있는 사료를 남겨주기 위해「해남읍지 편찬자료 선정 보존위원회」가 발족돼 7명의 위원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위원들은 매년 두 세 차례, 그간의 중요한 사료들을 모아 검증하고 토론하여 보존가치가 높은 사안들을 정리해 놓는 작업을 한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사료를 선별함에 있어서는 E.H.카의 말처럼 편파성을 배제하고 객관적이며 또 해남읍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해남읍의 이런 활동은 아프리카의 ‘그리오’처럼 나중 역사를 생생히 살려내는 자료가 될 것이다.
 역사는 기록에 의해 전수된다. 나중 후손들이 해남읍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려면 해남읍사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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