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19가 너무 길어 걱정이다. 그러다 보니, 방역수칙 때문에 왕래가 자유롭지 못해 손에 전화기를 들고 산다고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 대해 궁금하다. 나 역시 고향과 고향 사람을 유난히 좋아하는 성격 탓에 예전 같으면 수차례 오갔을 고향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집콕에 잡혀 사느라 마음고생이 여간 아니다. 그렇다고 그간의 시간을 되돌아볼 때 모든 것이 부정적이거나 잘못되었다고 생각지만은 않는다. 오히려 지난 날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했던가를 깨달았다. 또 순간을 바라보며 음미할 줄도 알게 되었다.
특히 그동안 나의 여러 가지 안 좋았던 생활 습관 몇 개를 바꿀 수 있었다.
그중에서 두 가지는 확실히 바뀌고 달라졌다. 하나는 독일의 철학자 칸트처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코스의 산책은 아니지만 매일 하는 산행에서 지난날의 삶과 일상에 대한 이런저런 성찰이다. 또 다른 하나는 노안의 불편함과 기억력 쇠퇴로 멀리했던 책을 가까이하게 된 것은 순전히 코로나의 선물이라고 자랑하고 싶다.
개인이든 국가든 역사의 반전은 역경과 고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가 잘 아는 조선 시대의 다산 정약용은 이웃 강 진에서 4 0세부터 시작된 18년의 유배 생활 동안 500권의 책을 저술했다. 또 내가 사석에서는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가까이 모신 고 김대중 대통령은 감옥살이 6년 동안 600권의 책을 읽었다. 뿐만 아니라 세 아들과 아내, 며느리에게 보냈던 편지를 모은「김대중 옥중서신」은 당시 금서였음에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1981년 5월 22일 자 큰아들에게 쓴 편지에는 ‘인생은 도전과 응전이다. 어떠한 도전에도 응전의 길이 있으며, 어떠한 불행의 배후에도 반드시 행운으로 돌일 일면이 있다.
이 진리를 깨닫고 실천한 사람은 반드시 인생의 성공을 거둘 것이다’라고 암울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오늘 우리가 보내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역시 마찬가지다. 각자의 대처 능력과 방법에 따라 명암이 발생하고 미래는 엇갈리게 될 것이다. 그간 내가 읽은 책 중에는 코로나 이후에 완전히 달라질 미래의 삶을 예견하는 최재천 외 5명의 교수가 쓴「코로나사피엔스」, 최재성의「역사의 쓸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서전「조국의 시간」그리고 해남우리신문 박영자 발행인의「명량대첩 승리-해남 불바다 되다」와「달마는 신발 한 짝 들고 어디로 갔을까」등이 있다. 특히 「해남명량대첩 해남 불바다 되다」는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서 자랑스런 우리 고향 해남과 이순신 장군사이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날짜, 지역, 인물 그리고 명량대첩 당일을 중심으로 하는 전후사를 소상히 밝혀 해남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게 되었다. 울돌목에 가면 난중일기에 나오는 ‘약무호남 시무국가’라는 기념비가 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약무호남’을 ‘약무해남’으로 바꿔도 괜찮겠다는 생각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