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사람들은 무척이나 그림을 좋아했다. 또 예술가들을 무척이나 아꼈다. 가난한 화가들은 여관에 묵으며 작품을 팔았다. 해남사람들은 가난한 화가들을 위해 작품을 구매했다. 해남의 각 가정과 식당, 하물며 선술집과 이발소에도 수묵이 걸리게 된이유이다. 따라서 각 식당이나 가정집에 걸린 수묵들은 해남사람들의 예술정신, 그림을 사랑했던 전통과 미의식이 함축돼 있다.
남도의 수묵은 해남에서 시작됐다.
공재 윤두서로부터 시작된 남도 수묵은 진도의 소치 허유로 이어지고 이후 의재 허백련과 남농 허건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수묵은남도의 문화로 자리잡게 된다. 물론 이름을 날렸던 이들로 인해 남도 수묵의 맥은 이어지지만 그 속에는 이들을 끊임없이 지원했던 남도 사람들이있었기에 가능했다.
재미있는 것은 현재 각 식당이나 사무실, 가정집에 있는 수묵작품들이 누구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만큼 수묵구매는 한때 유행이었고 또 가난한 화가들을 돕는다는 의미에서 구매했기에 화가 이름에는 관심이 없었다. 해남은 강아지도 수묵을 즐겼다는 말이 나올만큼 수묵그림을 구매하고 선물하는 것도 하나의 문화였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가 화가들을 먹여 살렸고 그 속에서 무명의 화가들은 한국의 수묵 뿌리를 잇는 중견작가로 성장했다.
해남 각 식당에는 여전히 많은 수묵작품들이 걸려있다. 외지인들이 해남의 각 식당에 들렀을 때 가장 놀라는 것이 벽에 걸린 숱한 수묵작품이다. 이러한 남도의 수묵전통을 살리기위해 계획된 것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이다.
주거공간이 아파트가 주가 되고 사무실과 식당들이 새롭게 리모델링 되면서 수묵작품도 사라지고 있다. 그냥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그 가치도 잃어가고 있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성공은 우리 생활에 깊숙이 뿌리 내렸던 수묵 작품들을 되살리는 것이다. 해남의 각 식당과 사무실, 관공서 등 해남은 어디를 가든 수묵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이미지, 그럴 때 수묵은 해남의 문화로 집약될 수 있다.
해남우리신문이 각 식당에 걸린 수묵작품을 연재하는 것도 수묵을 해남의 문화로 집약시키기 위해서다. 해남에서 최초 생산된 철화청자 그릇에밥을 먹고 벽에 걸린 수묵을 감상하는 곳, 해남은 모든 식당과 관공서, 사무실이 수묵 갤러리라는, 해남은 생활공간 자체가 갤러리는 전통을 살리기위해서다. 남도의 수묵전통을 잇기 위해 해남우리신문은 8월에 수묵소장품전도 연다. 누가 어떤 수묵작품을 소장하고 있는지, 소장수묵 작품을 통해 수묵의 가치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제2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해남을 포함해 9개 시군에서 열린다. 해남은 행촌문화재단이 중심이 돼 녹우당과 대흥사 등 전통 한옥에서 작가들의 수묵 작품이 전시된다. 여기에 해남문화예술회관에선 군민들이 참여하는 개인소장품전이 동시에 열린다. 어느 시군에서 볼 수 없는 군민들이 함께하는 수묵비엔날레이다.
누가 어떤 수묵을 소장하고 있는지 궁금한 군민소장품전은 유명 작가보단 아끼는 작품, 사연이 깃든 소장품을 출품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