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폐막을 한 도쿄 올림픽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알고 있었던 일본은 존재하지 않았고 우왕좌왕 급하게 땜질해서 일을 처리하는 전혀 새로운 나라만 있었다.
한때 일본은 장인정신으로 유명했고 안 보이는 곳까지 꼼꼼하게 마무리한다고 해서 전 세계로부터 추앙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은 시대에 흐름을 타지 못하고 아날로그 세상에 살고 있다. 일본은 지금도 도장과 팩스를 중심으로 한 아날로그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다.
이것은 아베를 위시한 극우파 정부가 10년간 통치하다 보니 생겨난 폐단이라는 평을 들은 적이 있다.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또 느낀 점은 한국인이 더는 금메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엔 금메달을 못 따고 은, 동메달을 따면 매국노 취급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모든 국민이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그 색깔이 뭐든지 아낌없는 사랑을 보내줬다. 메달을 못 땄지만, 최선을 다한 선수에게도 온 국민이 찬사를 보냈으며 새로운 종목에 도전하는 선수들에게도 칭찬과 관심을 기울이는 것을 보고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맞구나 했다. 이젠 엘리트 체육이 아니라 생활체육 선수가 올림픽에 나가서 메달을 따는 모습을 볼 날도 머지않은 듯하다.
물론 눈살을 찌푸리는 모습도 있었다. 양궁에서 최초의 3관왕이 된 안산 선수를 단지 쇼트커트를 했다는 이유로 남자를 적대시하는 페미니스트로 만들어서 공격하는 모습이다.
내년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있어서 남녀 성 대결 상황을 만들어 갈라치기로 이득을 보려는 정치집단이 조직적인 댓글 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도 신문에서 읽었다.
2020년에 구매력을 환율로 환산한 ‘1인당 실질소득’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앞섰다고 하며 한국은 경제력으로 일본을 하나씩 하나씩 이겨나가고 있다. 일본은 이번 올림픽에서 40조가 넘는 적자를 냈다고 하고 그 금액은 점차 더 늘어나고 있다. 그 이면에는 국가 돈은 눈먼 돈이라고 해서 이 사람 저 사람이 자기 주머니에 넣지 않았나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이번 올림픽의 개폐회식 공연을 보다 보면 일본은 문화적으로도 한국에 많이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구 선생님이「내가 원하는 나라」에서 말했던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이름이 떨쳤으면 하는 바람이 지금 이뤄지고 있다. 그 암울한 시기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해남은 문화자원이라는 하드웨어는 풍족한데 거기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가 한참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이번에 출범하는 문화관광재단 직원으로 명성 있는 극작가를 한 분 모셔와서 기존 해남 문화자원에 무릎을 딱 치게 하는 스토리를 입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치 영화 자산어보가 정약전이란 인물을 더욱 알리게 하고 흑산도가 유명해지게 하듯 말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답보한다면 지금 일본의 모습이 미래 해남의 모습이 될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좋은 후보들이 많이 나와서 미래 해남 청사진을 많이 보여줬으면 싶다.
최근 야당 대통령 후보로 나온 사람이 한다는 말이 ‘정치에 뛰어든 지 얼마 안 돼서 질문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 못하겠다’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로부터 준비도 안 됐는데 왜 나왔냐는 핀잔을 받았다.
내년 지방선거에 나오는 해남의 예비 후보자들은 꼼꼼히 공약 준비해서 경제적으로도 풍족하지만, 문화적으로도 강한 해남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