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 고추가 익어갈 무렵 후배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높은 인건비 때문에 생산비도 건지기 힘들 지경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밭작물은 기계화가 어려워 더 많은 일손이 필요하다. 특히 겨울배추 식재 시기 하루 인건비 17만원을 줘도 인력을 구하지 못해 농민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코로나로 외국 인력의 입국이 어려워진 영향도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합법적인 고용허가제로 농촌에서 일한 외국인 근로자는 2019년 5,887명이었는데, 2021년에는 906명에 불과했다.
농촌 인력난이 심각해지자 외국인의 목소리는 날로 커져갔다. 이런저런 간식과 팁부터 요구하고 태업, 심지어 데모까지 한단다. 5,000원만 더 줘도 선약을 팽개치고 딴 곳으로 가기도 한다. 이들 대부분은 불법체류자들이라 법적인 보호나 통제 또한 쉽지 않다. 전국 제일의 농촌인 해남은 겨울에도 배추 작업에다 김양식 작업 등이 있어 4계절 고임금에 시달려야 한다.
근본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농촌인력 수급문제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국가에 있다. 우루과이라운드에 이어 국가 간 자유무역(FTA)으로 농업을 개방하면서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정책을 사실상 포기했다.
게다가 그동안 국가에서 시행했던 각종 농촌인력 수급 정책 즉, 도시의 근로자나 유휴 인력을 농촌에 투입, 귀농·귀촌 정책 그리고 2007년부터 실시한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농민의 요구와 엇박자를 내면서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국가에서는 농민의 요구나 각 지역 실정에 적합하게 법률을 비롯해 행정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원해야 한다.
자치단체는 각 지역의 농촌 실정에 맞는 맞춤형 대책을 수립해 추진해야 한다.
예컨대, 남해군에서는 인건비를 직접 지원했다. 마늘농가에 예산 6억5,000만원을 투입해 인건비 12만원 중 농가에서는 4만원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군비로 충당했다. 그러나 최대 농군인 해남군의 경우는 이 정책을 시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해남군에 러시아를 비롯한 고려인과 상생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고려인은 러시아 연해주를 비롯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에 주로 분포한다.
이들은 우리 동포로 각종 문화가 유사하다. 무엇보다 음식과 농사가 같아 우리의 농사방법에 쉽게 적응하고 특히 동포애와 언어가 통해 유리하다.
특히 러시아 연해주에는 현재 공식적으로 3만여 명이 거주하며 대부분 두만강 건너 함경도 사람들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최북단 온성군 사람들도 많다. 장기적으로는 해남에 고려인 테마촌이 만들어지고 남북단 문화교류로 통일을 열어 가면 어떨까 한다.
고려인들은 합법적인 고용허가제로 데려와야 한다. 이를 위해 상대국 자치단체와 자매결연이나 상호간 협약도 체결해야 한다. 다행히 연해주 한국 NGO에서 이를 연결할 수 있다고 한다.
해남군은 깔끔한 주거 환경, 4대 보험, 각종 복지제도와 시스템 등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농어가 또는 법인 등의 수요를 조사해 인력을 공급하고, 행정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해남은 타 지역과 다르게 농업만 해도 사철 인력의 수요가 있는 곳이다. 축산, 어업 등까지 더하면 최대 약 5,000여 명의 외국인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선행 사례가 없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 성공해야 한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대책에 해남군수와 농정과에서도 공감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용역 등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국회의원도 흔쾌히 동참하기로 했다. 여기에 정부, 농가, 민간 등이 역할을 분담하고 지혜를 모아 인력문제가 선진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