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건 못 참아, 금강골·터미널 청소

해남터미널에서 28년 동안 터미널음악사를 운영해온 전희석씨는 그의 일터인 터미널과 금강골 등을 수시로 청소하며 가꾼다. 
해남터미널에서 28년 동안 터미널음악사를 운영해온 전희석씨는 그의 일터인 터미널과 금강골 등을 수시로 청소하며 가꾼다. 

 

 해남터미널에서 28년 동안 터미널음악사를 운영해온 전희석(65)씨. 그의 가게에는 길다란 집게 하나가 걸려있다. 
더러운 것은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에 먼저 나서서 오물을 줍는 게 습관이 됐다.
그는 내 집처럼 생각하는 마음으로 터미널에서도 주변환경을 관리한다. 터미널 앞에 떨어진 휴지 조각 하나, 길에 버려진 꽁초 하나 줍는 것이 일상이다.
주변에서는 그를 규율부장이라고 말하는데, 전기를 절약하고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등 늘 주인의식을 가지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처럼 걷는 길에도 애정을 쏟는다. 전씨는 30년 동안 건강을 위해 등산과 산책을 하는데 자신이 걷는 길을 늘 깨끗이 청소해왔다. 두세번 지나다니면 못 참고 줍던 것이 버릇이 됐단다.
주로 금강산, 우슬체육관, 보건소 뒤편 저수지 등을 걷는데, 길을 걸으며 떨어진 쓰레기들을 줍는다. 쓰레기를 줍는 모습을 종종 본 이들이 그 모습에 감동해 신문사에 제보를 해왔다. 왼손으로만 생활하는 그는 한손으로도 거뜬히 산책길을 청소한다.
그의 손에는 검은 봉지와 집게가 들려 있다. 쓰레기 봉지를 내려놓고 집게로 집어 넣고를 여러번, 남들보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애정으로 길을 가꾼다.  
전희석씨는 “내가 다니는 길 쓰레기 몇 번 줍는 것으로 신문에 나온다요”라며 “성격이 더러운 걸 지나치지 못해서 그래요. 내가 다니는 길이 깨끗하면 좋지”라고 말한다.
전씨는 터미널에서 28년여 긴 세월을 2평 남짓 공간에서 고객들을 만났다. 
과거에는 CD며 음악테이프를 찾는 중고생들의 참새방앗간이었던 음악사지만, 이제는 세월 따라 잡화점이 됐다. 
이제는 CD보다 USB, 효도노래방 MP3가 잘나가며 충전기, 모자, 가방, 냄비, 조명, 허리띠, 손수건 등 터미널 승객들이 필요할 만한 잡화들을 함께 판매한다.
지금도 해남에서 유일하게 음악 CD, 테이프를 팔고 있는데 일주일에 1~2명의 손님들이 찾고 있으니 없애지도 못 할 노릇이다.
전씨는 “영감님들이 단골이셨는데 많이 돌아가셨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CD를 찾는 이들이 많았지만 세상이 많이 변했다”며 “중고등학생 시절 김건모, 서태지 테이프를 사던 통학생들이 나를 보면 아직도 계시냐고 한다. 28년 동안 이곳에서 일하고 있으니 내 집처럼 생각하고 가꾸는 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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