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애/북평중학교 교사
조경애/북평중학교 교사

 

 처음에 군의회 체험신청을 할 때는 조례안까지 만든다는 것을 몰랐다. 그저 참관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 조례안을 만들고 본회의를 진행한다고 들었을 때는 ‘아, 어쩌지? 그냥 참관만 한다고 할까? 1학년들이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국어수업 시간에 가벼운 주제로 토론을 했는데 규칙과 역할을 정해 놓으니까 아주 진행이 잘 됐다. 이 수업을 보고 1학년 학생들을 믿고 청소년의회 체험교실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먼저 조례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신기하게도 학생들이 6개의 주제를 쭉 제안했다. 역시 학생들을 믿은 것은 참 잘한 일이다. 그중에서 하나를 골라「면지역에 청소년을 위한 문화체육시설 의무화를 위한 조례안」을 작성했다. 제안이유를 작성하는데 학생들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을 나도 처음 알았고, 면지역에 청소년들의 놀이공간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조례안을 작성하면서 “이거 실제로 되는 거예요? 이거 진짜로 해 주는 거예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청소년 놀이공간이 정말 꼭 필요한가 보다. 
학생들과 제안이유도 쓰고 주요내용과 조문까지 써 보면서 나도 처음, 학생들도 처음인 아주 새롭고 멋진 경험이 됐다. 특히 조문을 쓸 때 ‘청소년’이라는 정의, ‘문화체육시설’이라는 정의를 내리면서 법률에서 쓰는 단어는 뜻이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나는 국어교사이기 때문에 법이나 조례안은 별로 관심이 없고 자세히 읽을 기회도 없는데 이번에 조례안을 작성하면서 법문이나 조례안이 왜 중요한지를 새삼 상기시킬 수 있었다. 
의회로 가는 날, 아침까지 찬성과 반대의 말을 정하느라 부산스러웠다. 말이 빠른 학생들은 따로 불러서 연습을 시켰다. 다들 긴장을 너무 하니까 지금 너무 잘하고 있다고, 연습할 때처럼만 하면 된다고 안심의 말을 여러 번 전했지만 학생들은 도착할 때까지 긴장을 놓지 못했다. 본회의장 문을 열기 바로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조금 늦어서 죄송한 마음을 가득 안고 있었다. 
본회의장 문을 열자 의원님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학생들을 너무나 따뜻하게 반겨주셔서 불편했던 마음이 싹 사라졌다. 처음 들어와 보는 군의회 본회의장이 생소했지만 의원님들의 환대에 나도 학생들도 긴장을 조금씩 덜게 됐다. 
학생들이 진행을 시작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생각보다 더 잘 해내는 것이었다. ‘원래 이런 녀석들이 아닌데’라고 생각하면서 흐뭇하고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다. 끝나고 나자 학생들은 하나같이 “심장이 터져 죽을 뻔 했어요, 저 완전 실수했어요, 저는 못했어요…” 라며 끝낸 소감들을 쏟아냈다. 나는 괜찮다고, 너무 잘했고 보신 의원님들이나 사무국분들도 다들 칭찬하셨다며 격려해 줬다. 
우리 북평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 참 자랑스럽다. 학교에서야 말썽부리다가 혼나는 일상이 계속되겠지만 이번 체험으로 나중에 군의원 한 명은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이런 체험 기회를 만들어 주신 해남군의회에 참으로 고맙다고 큰 인사 드린다. 정말 실제적이고 귀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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