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영 자
(해남우리신문 발행인)

 

 우린 아직도 반쪽의 지방분권 하에서 살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비율이 8대2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각 지방자치단체에게 국비확보에 모든 것을 걸게 만든다. 
이러한 결과 단체장 및 국회의원 선거 때 국비유치가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또 국비확보를 놓고 치적을 논하게 된다.  
해남군은 올해 총 123건, 5,179억 원에 달하는 공모사업을 유치했다. 이는 그동안 해남군 공모사업의 2,500% 증가를 의미한다. 국비확보 증가로 해남군의 1년 예산도 1조원을 넘어섰다.  
민선7기 들어 늘어난 국비확보액, 해남군 전 공직자들의 머릿속도 온통 국비확보다.  
그렇다면 늘어난 국비만큼 나의 삶에 변화가 있는가이다. 불투명하게만 느껴졌던 해남군의 방향이 보이는가이다. 운동경기 중 100m, 1500m 달리기는 목표가 있다. 그 목표를 향해 선수들은 힘껏 달린다. 목표가 정확하기에 목표를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도 크다. 그렇다면 해남군은 어떤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는가.
숱한 국비확보 종목들이 어디를 향해 무엇을 목표로 달리고 있는가이다. 
해남군은 총사업비 4,079억원이 국비로 투입되는 농식품기후변화대응센터를 비롯해 100억 원 규모의 채소류 출하조절시설 지원사업, 해남고구마연구센터 조성 36억원, 해남고구마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조성 30억원, 지역특화숲 조성사업 18억원 등 농정·유통 분야의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또 해남읍 구교리에 소규모 체육관과 화산면 행정복합센터 신축, 취약지역 생활여건 개조사업 등도 국비사업 성과로 발표했다. 
이러한 국비확보에 대해 군민들은 환호해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군민들은 자신의 삶과 이러한 사업들 간의 연계성을 찾지 못한다. 국비확보 성과에 있어 행정과 군민과의 체감정도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유는 숱한 국비사업을 확보하고 있지만 해남군의 전체 그림이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숱한 종목들이 상호 유기적 관계를 가지고 하나의 목표로 집약돼야 하는데 각자라는 느낌이다.
또 자칫 국비확보가 시설중심으로 전락할 수 있는 우려도 있다. 해남군은 해남의 장기발전계획에 대한 용역도 추진했다. 용역을 추진했다면 해남군이 나아갈 방향,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도 나왔을 것이다. 
민선7기 구호는 빛나는 땅끝 다시뛰는 해남이다. 현재 국비확보 등을 보면 구호를 완성한 셈이다. 그러나 이 구호는 군수 공백기에서 나온 구호이다. 이젠 해남군이 어디로 가야할지, 해남군이 추구하는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 그 설정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국비사업 간의 유기적 결합이 돼야 한다. 또 정부 공모사업을  뛰어넘어 해남군의 방향에 맞은 사업을 발굴해 국비를 확보해야 한다.
행정은 일반 사업체와 다르다. 수치와 그래프에 나타나지 않는 공익적인 영역이 포함돼 있다. 공익적 영역은 공공에 대한 철학적 함축이 있을 때 더 공익적이다. 
도로 하나에도 가로수 하나에도 그 지자체의 철학이 보인다. 사람에 대한 배려, 공간에 대한 배려 등이 보이는 것이다. 
당연히 해남군이 추진하는 각종 사업에도 철학이 함축돼 있어야 한다. 철학이 없는 사업은 그저 토목공사에 그치는 사업일 뿐이다.
해남군의 각종 공모사업에서 그것을 느끼고 싶다. 그러한 철학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해남군이 어디로 가는지를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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