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즐겨 보는 TV프로그램이 있다. ‘스트릿 걸스 파이터’라는 여고생 친구들이 나와서 자신들의 춤을 보여주고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춤이라는 재미도 있지만 어린 친구들이 본인들이 좋아하는 춤을 연습으로 갈고 닦아서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그 열정이 프로그램을 찾아보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 친구들을 보며 나는 어떤 것을 이렇게 간절하게 원하고 이만한 열정을 가진 적이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나에게는 그 열정이 그림책이다.
나는 그림책을 보는 40대 아줌마이다. 아이들을 위해 읽어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내가 원해서 그림책을 본다.
그림책을 보며 풀리지 않는 고민을 해결하기도 하고 일상의 피로도 풀며 나름 요긴하게 그림책을 본다.
가끔 친구들이 책이 읽고 싶다고 추천을 부탁하면 나는 항상 그림책을 추천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나 보는 책을 추천해줬다고 웃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림책의 매력을 알고 함께 보며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아이와 함께 보는 그림책은 더 즐겁다.
마주보며 한 권의 그림책을 보다보면 요즘학교 생활은 어떤지, 즐거운 일 또는 고민은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림책에서 봤던 두꺼비를 산책길에서 만나고 책에서 본 누군가와 같은 경험을 했다는 일상의 잡다한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도 그림책이 주는 기쁨이다.
최근 ‘안녕달’ 작가의 ‘눈아이’ 그림책을 아들과 함께 봤다. 집에 가는 길에 본 눈덩이에게 팔과 다리, 눈과 입을 만들어 주었더니 ‘눈아이’라는 친구가 됐다. 함께 썰매도 타고 눈빵도 나눠 먹는 추운 겨울날 따뜻한 책이다.
친구가 된 눈아이와 아이는 서로 손을 잡는다.
아이의 체온으로 눈아이의 손이 녹자 아이는 자신의 장갑을 눈아이에게 준다. 다정하고 배려심 깊은 아이의 모습을 보며 아들과 함께 우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아들의 생각과 마음을 느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그림책을 읽자 아이들을 읽자’ 책의 최은희 저자는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은 나에게 즐거움 그 자체다. 아는 것보다 이해하는 것이, 이해하는 것보다 사랑하는 것이, 사랑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더 큰 기쁨이라는 누군가의 말에 기대 본다면 나야말로 진정한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는 사람이리라’ 말한다.
나 또한 그림책을 즐기며 진정한 기쁨을 맛보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런 기쁨을 더 많은 이들이 맛보고 살아가길 바란다.
누군가와 함께 그림책 속 이야기에 탄성을 지르고 가끔은 깔깔거리고 웃으며 또 가끔은 화들짝 놀라기도 하면서 그림책의 갖가지 매력을 온전히 경험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