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 위로 덩그렇게 떠오르는 보름달처럼 추석은 모두의 가슴을 풍성하게 하는 마력이 있나보다. 조석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들녘도 노랗게 물들어간다.
연말연시나 명절이면 훈훈한 소식들이 전해온다. 우리 사회 그늘진 곳에서 외롭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보냈다는 따뜻한 내용들이다. 산업화의 격랑 속에 혼돈의 세월을 보낸 우리 사회는 어느덧 안정이 되었나 보다. 나 혼자가 아닌 사회 구성원들을 배려하는 공동체 문화도 생겨났다. 곳간에서 인심 나더라고, 경제 발전이 가져다 준 나눔의 문화인가 보다.
그러나 경제적 풍요만으로 풀어낼 수 없는 부분도 엄연히 존재한다. 찾아갈 고향도 없는 실향민들이나, 찾아올 이도 없는 이들, 그리고 하던 일이 안 풀려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명절은 가슴 한 쪽이 아려오는 날일 것이다.
명절을 앞두고 가슴이 무거워지는 사람들도 있다. 하루 종일 음식 장만에 설거지에 쉴 틈 없는 여성들에게 명절은 결코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나긴 귀성과 귀경길, 챙겨야 할 선물, 처가를 가느라 반쪽짜리 명절을 보내야 하는 남성들도 여성들 못 지 않은 명절 증후군을 겪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명절의 풍요는 유년의 추억 속에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는데, 현실은 추억과는 괴리가 있나보다. 헤진 옷을 입어도, 배불리 먹지 못해도 모두 웃을 수 있었던 그 시절은 정녕 추억 속에나 존재할 일일까.
올 추석은 모두 마음의 여유를 갖자. 그리고 서로를 배려하자. 상대를 이해해주는 따뜻한 말과 마음이면 다시 유년의 풍성한 추석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