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쓰레기 문제는 해남 이주 후 우리 부부의 대화 중 가장 많이 나누는 주제이다.
청정 해남에 내려와 살고 싶었는데 집터와 주변까지 모두 쓰레기 더미이다. 뒷산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여름에는 풀 때문에 보이지 않지만 겨울에는 눈에 잘 띈다. 이번 겨울에도 집 주변 300여평 숲속에서 1톤 트럭을 채우고도 남을 쓰레기를 주웠다. 쓰레기를 하나 집어내면 그 밑에서 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끌려 나온다.
건져낸 쓰레기의 약 90% 정도는 재활용 분리배출 가능한 물품들인 소주병을 비롯한 병들, 부탄 가스캔과 깡통, 농사용 비닐, 다양한 플라스틱 등이다. 폐기된 농업용 호스가 나온다.
숲속에 분리배출 가능한 물품들이 왜 버려져 있을까? 분리배출 가능 물품에 대한 홍보나 안내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이렇게 버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당연히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하는 물품에 대한 교육 또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따라서 농촌 쓰레기 문제는 농촌 주민 개인의 이기주의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쓰레기 문제를 방관해온 지역 문제로 봐야 한다.
지난 2021년 3월 ‘영농폐기물(농약용기) 집중수거반 운영’에 관한 해남군민제안이 있었다. 이 제안에 대한 군의 답변 요지는 ‘농약용기 수거는 한국환경공단에서 민간에 위탁 수거 처리하고 있는 사업이며, 마을 공동집하장에 물량이 있을 경우 위탁업자와 연락해 수거할 수 있으므로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약용기에 한정된 농촌 쓰레기 문제에 관한 군민제안이 올라왔다는 점에서 희망을 보지만 답변을 통해서 절망을 보게 된다.
대농은 많은 농약을 사용하기에 일정 기간 농약용기를 모아 직접 배출할 수 있다. 심지어 돈도 된다. 그러나 농민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령 소농들은 어떠한가? 우리 마을에서 1년 동안 농약 용기를 모아 보았지만 작은 망 하나 채우기 힘들다. 그럼 몇 년을 모아야 위탁업자가 수거해 갈 수 있을까? 10년 아니면 20년? 지역사회가 개인 농가나 마을에 농약병에 대해 규모의 경제 원리가 적용되기를 원한다면 현실은 계속해서 농약병을 집 안에 쓰레기로 쌓아 놓고 살거나 산속에 몰래 버리게 될 것이다.
청정 해남을 정말로 원한다면 농촌 쓰레기 문제에 대한 관점을 바꿔야 한다. 고령 소농이 주로 살고 있는 마을, 집과 하천, 산에 쓰레기가 쌓이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내가 해남군 결정자라면 군민제안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을 것 같다.
“현재 제도로는 농약용기 집중 수거반 운영에 어려움이 있지만 해남군 분리수거 재활용품 포인트 적립사업과 연계하거나 농약을 판매하고 있는 지역 농협 등과 협력해 한 개의 농약병이라도 편리하게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라고.
지자체는 농약용기 1개도 쉽게 배출할 수 있도록 규모의 경제 원리가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농촌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되는 지역사회 문제이다. 특히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고 해남 농촌 지역을,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고 싶다면 말이다. 그게 해남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