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병 덕(해남군의회 의장)
김 병 덕(해남군의회 의장)

 

 3월9일, 해남군민 대부분이 밤잠을 설쳤을 것이다. 당혹감과 허탈감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했을 것이다.
촛불혁명으로 치러진 제19대 대선보다 더 간절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출마했던 15대 대선에 버금가는 간절함이 묻어난 선거였다. 혹자는 이재명이 아닌 김대중을 다시 불러낸 것처럼 간절했다고도 했다.
너무도 간절했기에 그것을 묻어야 할 마음의 무게도 더 클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우린 얻는 것도 컸다. 간절함이 모여 해남이 하나가 됐다는 것, 호남의 민주주의 정신을 확인하고 보여줬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호남의 선거지형을 지역감정으로 분류하곤 한다. 그러나 결단코 그같은 의견에 반대한다. 호남은 지역감정으로 투표하지 않는다.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까지 모두 경남인들이었다. 그런데도 호남은 몰표에 가깝게 이들을 지지했다. 
또 호남인들은 그들이 민주당이어서 지지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지향성과 남북평화, 더불어 사는 철학에 공유했기 때문이며 다른 진보적인 후보에 비해 당선 가능성이 더 높기에 지지했다. 
이런 호남인들의 정서는 민주당이 잘못하면 뭇매를 때리는 데서도 확인된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후보들이 호남을 석권하며 대거 국회에 진출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호남은 그동안 외로운 투표를 했다. 우리나라 선거지형에서 호남만 파란색이었다. 19대 대선과 지난 총선에선 전국지도 대부분이 파란물결이었지만 이번 20대 대선에서 호남은 다시 빨강색에 갇혔다. 
그러나 이번 20대 대선도 호남은 당당했다. 안철수, 윤석렬 후보의 단일화에 위기를 느낀 호남 유권자들이 대거 사전 투표장으로 몰려와 전국 투표를 견인했다. 또 투표를 통해 호남인들이 어떤 정치를 추구하고 있는지를 선언했다. 
광주민중항쟁은 한국에 민주주의라는 화두를 던졌다.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일깨웠던 광주 5월 항쟁은 여전히 호남인들의 정신에 흐르고 있다. 그 정신이 명확하기에 전국이 빨간색으로 물들어도 여전히 호남은 파란색을 고집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는 평화와 평등, 상호 존중 등 인간 존엄성을 향한 다양한 내용이 함축돼 있다. 
선거는 끝났지만 우린 더 큰 숙제를 안게 됐다. 투표로 불거진 세대 간 및 젠더 갈등, 극단적인 혐오의 단어들이 용납되는 사회, 영화 오징어 게임처럼 상대방을 죽여야 내가 산다는 극단적인 문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적 비용이 숱하게 수반되겠지만 그 숙제는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겨졌다.
세상은 남의 잘못이 아닌 나의 지향점과 철학으로 살아가야 건강하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기 이전에 나의 꿋꿋함을 보여줄 때 신뢰도 얻는다. 
그런 점에서 호남인들은 이번 선거에서 그 정신을 보여줬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잊어서는 안될,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정신, 그 정신이 지속되는 한 한국 민주주의는 확대되고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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