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광해남군향우회 회장)
최근 해남군 홈페이지에 공개된 2021년도 해남군 행정심판 재결결과에 의하면, 해남군을 상대로 제기된 행정심판 16건 중 3건은 청구인이 중도에 취하했고 나머지 13건 중 각하 3건, 기각 7건, 인용 3건이라고 한다. 해남군의 입장에서 보면 승률이 77%라고 자랑(?)할 수 있지만 국민(주민)의 권익구제라는 입장에서 보면 인용률이 23% 밖에 되지 않는다.
행정심판이란 행정청의 위법. 부당한 처분 또는 부작위(하도록 되어 있는데 하지 않은 경우)로 권익을 침해당한 국민이 이에 대해 불복한 경우 행정기관 내부에 설치된 행정심판위원회가 심리, 판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해남군의 위법. 부당한 행정처분이나 부작위로 권리와 이익을 침해당해 억울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행정처분이 있음을 안날로부터 90일, 몰랐다면 처분이 있는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해남군이나(군에 접수하면 군은 의견서를 붙여 전라남도 행정심판위원회로 보냄) 또는 전라남도 행정심판위원회에 서면으로 청구서를 제출, 60일 이내(부득이한 경우 30일 연장가능)에 심리와 재결을 통해 권익을 구제하는 제도이다.
행정심판 재결(법원의 판결과 유사)의 종류로는 각하재결, 기각재결, 사정재결, 인용재결이 있다. 각하란 청구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본안심리를 거절하는 재결이며, 기각이란 본안심리결과 청구가 이유 없다고 인정해 청구를 배척하고 행정청의 처분을 인정하는 재결이며, 사정재결이란 심판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돼도 이를 인용하는 것이 공공이익에 크게 반한다고 판단돼 기각하는 재결을 말하며, 인용이란 청구가 이유있다고 인정해 청구인의 청구취지를 받아드리는 재결을 말한다.
행정심판을 기피하는 사람은 행정심판위원회가 행정기관 내부의 기관이라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대부분 상급행정기관에 설치돼있고 사법절차를 준용하도록 돼 있어(헌법 제107조 제3항) 재판에 준하고 있으며 행정심판위원의 구성도 외부인사(교수나 변호사 중 자격 해당자)가 3분의 2이상이 돼야 하므로 객관성도 있다. 또한 혹 때려갔다가 혹 붙이는 일이 생길까 걱정하는 사람도 있으나 청구인이 요구하지 않은 부분은 심리하지 않으며, 원처분보다 더 불리하게 재결할 수 없다는 원칙이 확립돼있으니 안심해도 된다.
특히, 법원의 행정소송을 이용하려면 기간도 길게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행정심판은 기간도 짧고 간편하며 비용도 적게 든다. 또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때는 위법한 행정처분에 대해서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행정심판은 위법뿐만 아니라 부당한 처분에 대해서도 심판을 청구할 수 있어 청구범위가 더 넓다.
필자는 2013~2019년까지 만6년 동안 광주광역시 행정심판위원으로 심판업무를 수행한 적이 있다.
당시 타 시도와 비교한 인용률 통계를 여러 차례 보았는데, 대구나 경북은 50% 안팎이고 광주는 30% 안팎이어서 우리도 청구인의 애로사항을 좀 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먹고살기 위해(생계형) 경제활동을 하던 중 행정법규 위반자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읽어보면 수긍이 가는 면도 많았다. 위법한 경우는 엄격한 기준으로 심판해야 하지만 부당하다고 한 경우는 청구인의 주장을 좀 더 읽어보고 들어보자는 입장이었다. 이렇게 노력하다보니 일부 인용률이 높아져 인용률이 많게는 10%정도 올랐다.
더구나 행정심판법이 일부 개정돼 2018년 5월부터는 조정제도가 새로 생겨 공익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청구인과 피청구인(처분 행정청)을 상대로 행정심판위원회가 조정을 할 수 있어 앞으로는 인용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공영방송인 KoreaTV에서는, 행정청의 위법, 부당한 행정처분이나 부작위로 권익을 침해당한 국민은 행정심판을 통해 권리와 이익을 구제받으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그러나 옛날부터 우리 국민들은 “송사는 패사”라는 생각으로 되도록이면 다투지 않으려는 전통도 있고, 해남군은 비교적 좁은 지역사회이기 때문에 도시보다는 행정청과 주민과의 관계가 더 가깝고 끈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므로 일단 대화로서 해결한다거나 이의신청으로 해결되면 제일 바람직하지만, 그렇게 해서도 해결되지 않을 때는, 소송보다는 간편하고 신속하며 경제적인 행정심판을 통해 권리와 이익을 구제받아 억울한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