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편 하루 500자씩, 옥천면 흑천 정윤근씨

옥천면 흑천리 정윤근씨는 매일 아침 8시면 두꺼운 옥편을 펴놓고 500자를 차근차근 써내려간다.
옥천면 흑천리 정윤근씨는 매일 아침 8시면 두꺼운 옥편을 펴놓고 500자를 차근차근 써내려간다.

 

 옥천면 흑천리에 거주하는 정윤근(84)씨는 매일 붓을 들어 한자를 쓴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정정한 그의 취미는 매일 한자를 붓글씨로 쓰는 일이다.
매일 아침 8시면 정자세로 붓을 들고 한자를 쓴다. 두꺼운 옥편을 펴놓고 하루 500자씩 차근차근 써내려간다.
정윤근씨가 서예를 접하게 된 것은 우연히 교회에서다. 어릴 적에는 서예를 배울 기회가 없었지만 여든이 넘어 붓을 잡았다. 교회에서 서예 기초를 배웠고, 지금은 독학으로 한문을 쓴다. 초급자의 실력이지만 매일 꾸준히 붓을 든다. 
정윤근씨는 “한자를 쓰다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하루 서너시간은 기본으로 서예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서예를 시작한 지 이제 1년 남짓이다. 한자리에 앉으면 3시간은 기본이기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날 때면 다리가 풀려 한참 고생한다. 집중해서 열정적으로 글을 쓰는 모습에 지인들도 서예 책, 사군자책 등을 선물한다. 
정씨는 여든이 넘은 나이에 찾은 새로운 취미에 요즘 삶이 즐겁다. 옥편에는 아는 한자보다 모르는 한자가 더 많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한자를 한 획씩 그어가다 보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정씨는 예전에 한자를 한 번 보면 기억을 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 나 여러번 반복해야 기억이 난다. 그의 목표는 두꺼운 옥편에 있는 한자를 모두 다 쓰는 것이다. 매일 한자와 노는 삶이 즐겁다.  
그에게 있어 해남은 아름다운 곳이다. 그중 그가 살고 있는 옥천면 흑천마을은 사람들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가졌다. 부산이 고향인 정씨가 해남에 내려온 지도 벌써 20년이 됐다. 
환갑이 지나 해남에 내려온 그는 3년만 살다가 올라가려 했지만, 어쩌다 보니 해남과의 인연이 20년째 이어졌다. 공기가 남다른 해남에서의 삶이 편안하고 좋다. 
그가 흑천마을 노인회장을 맡은 지도 십여년이 됐다. 마을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뜸을 떠주거나 침봉으로 마사지 봉사를 한다. 복지관에서도 수지침 봉사를 10년 넘게 해 우수봉사자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앞으로 정씨의 목표는 남들 앞에서 이름 석자를 멋들어지게 쓰는 것이다. 매일 붓글씨를 연습해 언젠가 솜씨를 뽐낼 날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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