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두(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 /시나리오 작가)
박병두(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 /시나리오 작가)

 

 신록이 가득한 5월은 장미의 계절이다. 저녁의 서늘한 기운이 몰려오더니 낮에는 느끼지 못했던 숲과 한옥의 나무 냄새가 진동한다. 
저녁이면 황홀한 노을을 바라보고, 밤에는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는 모습을 보니 필자만 대자연의 사치를 누리고 사는 듯해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송구하다. 삶은 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직접 행동하며 체험하는 것이므로 이렇게 시간의 속도는 느리고 힘은 들어도, 마음의 속도는 빠르게 지나고 있음을 실감한다. 
해남군과 MOU를 체결했다. 
MOU체결을 갖는 것은 해남만의 인문학 가치와 의미를 되살리고, 인문주의 정신을 되살리고자 하는 데 의미가 크다. 한국시인협회는 60년의 문단사에 좌우익이 없는 순수한 대표적인 문학단체다. 유치환, 김춘수, 조지훈, 박목월, 조병화, 김남조, 김종길, 나태주 시인이 역대 회장을 역임했고, 해남방문 체결에는 한국예술원 회원인 오세영, 신달자, 이근배, 오탁번, 최동호, 허영자, 김종해 시인을 비롯한 한국시인협회 평의원 원로들과 한국작가회의 회원들이 자리했다. 천년고찰 대흥사와 미황사를 둘러보고, 우수영의 이순신 장군 해전사 기념관과 해남 출생인 법정스님의 기념도서관을 찾았다. 또한 사람과 지구를 생각하는 생태문명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정원도시 솔라시도를 둘러봤다. 
솔라시도는 보성그룹 이기승 회장의 정신과 이병철 박사의 정원도시를 담은 632만평 부지와 3만6,000여명의 계획인구로 스마트 도시가 조성되고 여기에 유럽마을 테마파크도 유치할 계획이다. 
오시아노 관광단지는 해남을 넘어 지구촌의 문화와 미래가 담긴 기업도시, 꿈과 희망의 도시로 해남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이렇듯 해남은 농촌체험, 생활체험, 어촌체험, 음식체험까지 할 수 있는 의식주 마련과 대자연의 풍요로움으로 유한할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자연과 사람의 생태문명으로 전환하는 시점이다. 따라서 필자가 운영하는 인송문학촌토문재와 해남군과 한국시인협회의 업무협약은 남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다양한 문화공연과 전시회를 마련하고, 문화공간 시설을 공유해 인적자원과 물적자원을 교류하는 한편, 한국문화예술인 가족들의 복지와 작가들의 창작수련원을 유치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해남은 시문학의 예향이 빛나는 고장이다. 고산 윤선도 시조시인, 이동주, 박성룡, 고정희, 김남주 시인, 황석영, 임철우 소설가, 김지하 시인의 작품활동을 시작으로 백련재와 토문재에서는 작가들이 창작에 불을 태우고 있다. 역사와 전통, 자연과 예술이 살아 숨을 쉬는 공간, 문화와 휴식이 있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그것이 협약체결을 맺은 의미이다. 문화예술인들은 물론이고, 국민들에게 되돌려주는 길이라 생각하며 인송문학촌토문재는 이기주의가 만연되고 있는 각박한 세상에서 인간성 상실의 복원과 인간의 지성을 상징하는 특별한 책임과 어떤 사명 의식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맑은 정신으로 찾는 작가들의 발소리를 통해 인문학의 지성이 크고 높아진다. 고독한 사유로서 인문학의 본질이 되살아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인들의 많은 노력을 기대하는 동시에 당장의 물질적인 풍요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의식과 정신의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시간으로 앞서가는 성급한 마음을 달래고 있다. 
냉정한 눈으로 크게 멀리 보자. 체결을 통해 문화복지에 국한하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해지지 말아야 한다. 감성을 요구하는 일, 더 나아가 고통받는 타인을 향해 연대를 이루는 일이다. 자연풍속사, 공룡의 지질학시대, 청동기시대의 고분 등 스토리텔링이 해남문화에 달려있다. 
공제 윤두서의 자화상은 볼수록 세계적이다. 인구절벽의 시대에서 문화를 통해 해남을 찾게 만드는 일이 우리의 할 일이다. 해남의 문화적 가치 활용과 자산을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가자. 박경리 소설가의 말처럼 작가의 본질, 인류의 운명을 고민하는 일이 작가가 가는 길이라 본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