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일도(전)재광주해남군향우 회장)
임일도(전)재광주해남군향우 회장)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시장경제를 대선공약으로 발표했고, 현 정부의 국정방향도 시장경제를 지향한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기는 쉽지가 않다. 다만 전 정부나 민주당이 채택하거나 추구하는 경제 질서가 시장경제가 아니어서 새 정부는 그와는 다른 시장경제로 간다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경제 질서에서 약간 자유시장 경제 쪽으로 간다는 의미인지 궁금하다. 
 윤 대통령이 자주 쓰는 헌법정신을 알아보기 위해서 헌법의 대표적 경제조항인 우리헌법 제119조를 한번 보자. 제1항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제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헌법상의 경제 질서는 사유재산제를 바탕으로 하고, 경제활동의 자유와 자유로운 경쟁을 존중하는 자본주의적 자유시장 경제를 골간으로 하고 있으며, 자유시장경제에 수반되는 모순들을 제거하고 사회정의와 경제민주화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적 규제와 조정을 광범하게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전체적으로 볼 때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사회주의경제나 자본주의경제가 아닌 혼합경제, 수정자본주의경제)라고 볼 수 있다.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 당이 전부터 자꾸 이야기하는 시장경제는 사회적시장경제가 아닌 자유시장 경제에 더 가까운 것 같다. 헌법정신이 사회적 시장경제이니까 자유시장 경제라고는 할 수 없어서 시장경제라고 말하지 않는가하는 생각이 들며, 또한 현실적으로도 자유시장 경제가 중심이 되면 대기업이나 소수의 부유층에게만 좋은 세상이 되니까 터놓고 자유시장 경제라고 할 수도 없으니 시장경제를 지향한다고 하는 것 같다.
 개인의 경제활동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보면, 18.9세기는 자유주의와 개인주의가 지배하던 시대로서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했으나 여기에서 갖가지 모순과 결함이 발생하게 됐다.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무제한으로 허용된 결과 기업들이 대형화 독점화해 시장을 지배하게 되고,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해 이에 대항했으며, 가격기구는 인위적으로 조작돼 본래의 기능이 마비되고, 자원도 합리적으로 배분되지 않게 됐으며, 빈익빈 부익부 현상으로 소득불균형이 심화되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사회적 계급대립이 격화됐다.
 20세기에 와서 이를 타개하는 과정에서 사회주의 계획경제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사회적 시장경제이다. 사회적 시장경제는 자유시장 경제를 골간으로 하면서 사회정의와 경제민주화를 목표로 한다. 경제민주화란 경제활동에 대한 의사결정권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고 분산됨으로서 경제주체 간에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고, 시장기구가 정상으로 작동하는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80년대의 민주화이후 경제민주화에 대한 인식도 정착돼 가고 있는데, 주된 내용으로는, 민주적인 노조, 농민조직, 소비자조직의 결성, 실질적인 기업공개와 주식분산, 독과점 및 경제력집중의 규제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정착돼 가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세계경제 상황을 보면, 모든 국가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치열하게 싸우고 있어 국제경쟁에서 이기려면 기업(특히 대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사회적 시장경제를 시장경제란 이름으로 바꿔서 규제와 조정을 풀어 국제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가 들어 있는 것도 같다. 
 누가 국가를 경영하든 실용적으로 유연하게 대응할 수는 있다. 다만, 시장경제가 자유시장 경제만 강조한다면 대다수 국민의 저항이 심할 것은 불을 보듯 확연하니 사회적 시장경제가 등장한 역사적 배경과 헌법정신을 명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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