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김천옥 교장
해남동초와 8년의 인연

42년 교직생활 퇴직을 앞둔 김천옥 교장의 일과는 여전히 학교 곳곳을 둘러보며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다.
42년 교직생활 퇴직을 앞둔 김천옥 교장의 일과는 여전히 학교 곳곳을 둘러보며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다.

 

 “초등교육은 학업성적보다는 인성을 쌓아가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에게 많은 경험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 81년 9월 교직에 첫발을 디딘 후 이번 달 31일 42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는 해남동초등학교 김천옥 교장의 말이다.
2012년 교장공모제로 해남동초와 인연을 맺은 김천옥 교장으로 인해 해남동초는 많은 변화를 맞았다. 
김 교장의 교육철학은 ‘농촌학교에서 꼭 필요한 것은 정규수업이 끝난 후에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었고 이러한 철학을 실현시키기 위해 돌봄이나 방과후 학습, 방학프로그램 등을 집중 육성했다. 또한 예체능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운동부와 오케스트라 등을 집중 육성시켰다. 
현재 해남동초는 전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정규시간 외 프로그램이 잘 갖춰진 학교이다.
그는 2016~2017년 전라남도교육청 정책기획관과 무안교육장을 맡으며 해남을 떠난 듯 했지만 해남동초와의 인연은 질겼다. 
김 교장은 부임지로 해남서초를 원했다. 하지만 무안교육장 이후 운명처럼 해남동초와 다시 만났다. 한 학교에서 교장을 8년간 맡는다는 것은 흔치 않은데 그와 해남동초와의 인연은 참 깊었다. 
김천옥 교장의 학생 사랑은 유명하다. 학교수업이 끝나도 그는 숙소로 가는 법이 없다.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만난다. 
‘지후야 너 돌봄 안가고 여기서 뭐해’, ‘승지야 비 맞는다 우산써라’, ‘동건아 머리색은 언제 바꾼거야’ 등 1,200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또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 말을 건넨다. 그래서 교장실에는 유독 아이들의 방문이 많다. 시시콜콜한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카라멜이나 과자를 얻어먹기 위해 들르는 아이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초기 학교들이 줄지어 폐쇄됐을 때 김 교장의 교육철학은 큰 울림을 줬다. 당시 학원, 도서관, 체육시설, 놀이터는 물론 교육기관마저 봉쇄령이 내려졌다. 교육청에서도 각 학교에 최소한의 공간과 교육만을 하라고 했다. 
하지만 김 교장은 “모든 아이들이 일반적인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오갈 곳 없는 아이들을 학교마저 포기하면 그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학교는 위기 상황일 때 모든 아이들이 기댈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철학으로 코로나 초기부터 학교장의 책임 아래 아이들에게 급식과 간식을 제공하고 활동공간과 학습프로그램을 정상화시키려 노력했다.
김천옥 교장은 교직을 마무리하면서 학부모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아이들에게 실패를 경험시켜 주세요. 실패를 경험하지 않는 아이는 스스로 일어날 수 없습니다. 초등교육은 실패를 통해 아이들이 좋아하고 또 잘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됩니다”는 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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