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종교학자이며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인 종교 문제 비평가인 카렌 암스트롱(1944∼)의 저서「축의시대」를 공들여 읽었다.
저자는 1962년 열일곱 살에 로마 가톨릭교회의 수녀원에 들어갔다가 7년 만에 환속해 옥스퍼드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런던대학에서 현대문학을 강의했다.
그는 수녀원에서 적응하지 못했던 개인적 갈등과 사회적 종교적 갈등들로 야기되는 각종 문제와 부딪치면서 종교학자로 삶의 방향을 바꾼 뒤 「신의 역사」,「마호메트 평전」,「붓다」, 「이슬람」같은 논쟁적인 저작을 발표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최고의 작가가 됐고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의 기원을 탐구한 비교 종교학적 연구를 통해, 1천년 넘게 갈등을 겪어온 세 종교 사이에 다리를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축의시대라는 명칭은 독일의 철학자 칼 야스퍼스(Karl Jaspers 1883∼1969)가 대략 기원전 900년부터 기원전 200년 사이에 세계의 주요 종교와 철학이 탄생한 인류사에 가장 경이로운 시기를 일컫는 명칭이다.
축의시대에 중국에서는 공자, 묵자, 노자가 활동했고 인도에서는 우파니샤드, 자이나교, 고타마 싯다르타가 등장했으며, 이스라엘에서는 엘리야, 예레미야, 이새냐가 나타났고 그리스에서는 소포클레스, 소크라테스, 플라톤이 차례로 태어났다. 서로 교류가 없었던 네 지역에서 어떻게 비슷한 시기에 그토록 놀라운 사유의 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왜 그들은 우주와 인간과 삶에 대해 같은 결론에 이르렀을까? 인류사의 수수께끼로 불리는 이 놀라운 문화적 평행 현상을 축의시대의 문명 벨트를 횡단하며 재조명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참으로 방대한 저서다.
축의시대를 파피루스나 양피지 속에 말라붙은 희미한 관념이 아닌 우리와 같은 고통과 불안의 시대를 두 발로 걸어간 살아있는 인간들의 이야기로 재탄생시킨 ‘카렌 암스트롱’의 방대한 역작은 아무리 말해도 작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축의시대에 이르러 사람들은 타인의 고통을 같이 느끼고 인간의 비참을 함께 슬퍼하는 공감과 자비의 정신을 발견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유의 천재들이 찾은 답은 2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류의 철학적, 종교적 성찰의 근본을 이루고 있다
근대 세계를 탄생시킨 과학주의와 진보주의가 치열한 반성과 질문의 대상이 된 오늘 우리가 서로 헤치고 상처를 내는 능력은 우리가 이룬 특별한 경제적, 과학적 진보에 뒤처지지 않고 함께 발전해왔다.
오늘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호전성을 제어해 안전하고 적절한 테두리 안에 가둬 둘 지혜를 찾아가는 길을 이 책이 축의시대 현자들을 통해 길잡이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생물이다.
종교마저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작금의 상황에서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았던 축의시대 현자들이 어떻게 우리의 현재 상황들에 대해 말해 줄 수 있을까?
왜 우리가 공자나 붓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며 소크라테스에게서 우리는 무슨 말을 들을 수 있어야 했나?
축의시대 철학자들은 대부분 교리나 형이상학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느님’ ‘니르바나’ ‘브라만’ ‘도(道)’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비로운 삶을 사는, 중요한 것은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였다. 종교의 핵심은 깊은 수준에서 자신을 바꾸는 행동을 하는 것이었다.
모든 현자들이 공감과 자비와 영성을 설교했다. 자기중심주의와 탐욕, 폭력과 무례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친절하고 관대하게 행동하면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고 그렇게들 말하고 있다.
아무리 복잡한 물질주의와 첨단과학에서도 살아있는 진리는 간결하다고 현자들은 들려준다.
내가 68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저서를 읽으면서 어찌 축의시대 현자들의 깊이를 알 수 있을까? 그냥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카렌 암스트롱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축의시대 현자들의 이름을 되내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늘 영성의 문제에 집착하는 나에게 신의 축복이라 여기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중의 한 사람에 불과한 내가 축의시대 현자들을 통해 내 삶에 적용해야 하는 것이 무엇이며 오늘 내가 행동해야 하는 건 무엇인가 생각해 보고자 이 글을 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