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5일자 해남우리신문에 ‘우슬재’ 유래를 이야기했다. 풀이가 신박하다는 평이 많았으나 이론적 근거를 더 찾고 싶었다. 그래서 자료를 살피던 중「우리 말 땅이름의 뿌리를 찾아서」(저자 배우리, 1994)를 만났다. 필자는 ‘마루’를 주목했는데 저자 배우리씨는 ‘뫼’의 뿌리 말인 ‘몰’을 제시했다. ‘마루’도 ‘마니’ ‘마리’와 함께 ‘몰’에서 나왔으므로 두 사람의 접근방식에 큰 차이는 없다. 
배우리씨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몰’은 다른 낱말과 합칠 때 사이에 소유격 조사가 들어간다. 지금은 소유격 조사가 ‘의’로 통일돼 있지만, 옛날에는 ‘아’나 ‘애’도 쓰였다. ●산의 고개는 몰애재→모래재→사현(沙峴), 사치(沙峙) ●산의 시내는 몰애내→모래내→사천(沙川)으로 바뀐 곳이 많다.” 
모래재는 서울, 춘천, 보령, 논산, 영일, 장성, 순천, 전북 장수, 남원, 임실 등 널리 분포한다. 모래에서 유래한 지명이 있을 수 있으나 우리나라가 산이 많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모래(沙)보다는 몰(山)에서 뿌리를 찾는 편이 더 타당할 것이다. 배우리씨의 논리를 따르면  해남 ‘우슬재’의 옛날 이름 ‘우사현(于沙峴)’은 ‘사현’ 앞에 우리 말 ‘우(위)’가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 동국여지승람의 우사현(于沙峴) 지암일기에 나오는 우사치(迂沙峙), 대동여지도의 우슬치(牛膝峙)에서 약속이나 한 듯 ‘우’로 읽혀지는 한자(于, 迂, 牛)를 쓴 사실이 어찌 우연이겠는가? 더 나아가 ‘모래’나 ‘마루’를 표현하기 위해서 훈이 비슷한 ‘무릎 슬(膝)’자를 썼다고 보면, 세 가지 이름은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웃몰애재’ 또는 ‘웃마루재’다.
최초 공개! 소현(笑峴)은 필자가 1571년 8월6일자 미암일기에서 발견한 고개다. 웃을 소(笑)자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나는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우슬(笑)재(峴)’가 거기 숨어있었기 때문이다. 이 또한 한자로 쓰인 우리말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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