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출연했지만 이름 때문에 고전
건강 때문에 귀향, 남창장서 만물상

북평면 남창오일장에서 만물백화점을 운영하는 박정희씨는 뼛속 깊이 음악을 사랑하는 가수다.
북평면 남창오일장에서 만물백화점을 운영하는 박정희씨는 뼛속 깊이 음악을 사랑하는 가수다.

 

 북평면 남창오일장에서 만물백화점을 운영하는 박정희(68)씨는 뼛속 깊이 음악을 사랑하는 가수다. 
그는 영화계에서도 일을 했다. 최불암, 강수연 주연 ‘방문(1998)’, 김민종, 김정은 주연의 ‘나비(2003)’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대통령과 같은 이름 때문에 방송 출연에 제약이 따라 힘든 시간도 보냈다.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서울, 안동에서 일을 하며 가수의 꿈을 이뤘던 그이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경색으로 2016년 해남에 내려왔다.
이후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며 건강을 회복한 그는 장터에 놀러 왔다가 농담 삼아 권유받았던 만물상을 운영하게 됐다.
만물상은 그가 세상과 만나는 자리이자 재미난 소일거리가 됐다. 
그는 남창오일장과 완도오일장을 다니며 종자, 도마, 칼, 전정가위, 비닐, 절구통, 채반, 빗자루, 톱, 가위, 숫돌, 고무장갑, 지네약 등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1,000원부터 3,000원, 물건을 팔면 마진이 100원~200원 정도지만, 좋은 상품을 늘 할인해서 판매한다.  
북평면 와룡 출신인 그는 해남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한 독립심 많은 소년이었다. 
11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어릴 적부터 가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 컸던 그는 끼가 넘쳤고 늘 노래를 흥얼거렸다. 또 가수가 되고 싶은 마음에 음반회사에 취직했을 정도로 꿈에 대한 열정이 컸다. 그러나 박씨의 가수 꿈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고, 대신 노인대학, 장터, 경로당, 경로잔치 등 어르신들이 있는 곳이면 달려가 노래로 봉사했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안동에서 간고등어 사업을 하면서 크게 성공하기도 했다. 
그리고 2012년 40년 만에 평생소원을 이뤘다. 가수 박정희 이름으로 KBS공개홀에서 음반출시 신곡발표회를 열어, 타이틀곡 ‘앙큼한 여자’, ‘당신만 있다면’ 등을 불렀다.
활발하게 가수활동을 펼쳤던 그는 갑작스럽게 뇌경색을 맞게 된다. 그때 그 시절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지만, 다시 건강을 되찾아 지역에서 일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는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며, 무대에 오르는 순간 순간을 즐긴다. 무대의 크기는 상관 없이 부르는 곳이 있다면 달려간다. 지난해에는 미남축제 무대에서 ‘앙큼한 여자’를 열창했다.  
박정희씨는 ”가수로 성공해 고향에 내려오고 싶었지만 건강 악화로 내려왔고, 고향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주셔서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며 ”그 감사한 마음에 마진을 줄이고, 오일장에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어디든 무대가 있다면 좋은 음악으로 찾아뵙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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