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진실과 사랑의 기록이다. 우리가 나고 자란 고향과 한국인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해남이라는 무대에서 같은 시대를 지나온 향우의 글을 읽는 내내 행복했다. 사실 오래전에 써 놓은 나의 일기를 보는 느낌이었다.
용둠벙에서 멱감던 추억, 천장에서 월드컵 축구대회를 열던 서생원들, 동백나무 주위에 빙 둘러서 원을 그리면서 소복하게 쌓인 붉은 동백꽃, 막걸리 심부름, 놀래서 집을 떠나고서도 사흘 동안이나 마을 주변을 맴돌았다는 황소, 한마디 말도 전하지 못하고 떠나보냈기에 더 슬픈 첫사랑의 이야기 등 모든 페이지가 아름답고, 슬프고, 그리운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용동리에서 분교를 졸업한 소년은 드디어 대처(?)로 나온다. 해남중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이다. 소년은 읍내에서 자취생활을 하면서 좋은 스승을 만나고, 공부의 의미를 깨우치고, 진실한 우정을 쌓아간다. 가난으로 주눅 들고 삶의 무게로 비틀거리는 날이 이어졌지만, 소년이 꿈마저 저버린 것은 아니었다. 한쪽 가슴에는 희망을, 다른 쪽 가슴에는 어머니의 사랑을 품었던 소년은 KBS PD가 되었고,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상명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방송분야에서 이룬 업적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여기서 나누지 못한 김병진 PD의 남은 이야기는「PD가 된 땅끝소년」에서 만나보시기 바란다. 끝으로 꼭 전하고싶은 이야기를 붙여둔다.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수경이 아부지. 병진이가 교복이 작다고 하는디, 그걸 수경이가 입고 병진이한테 새 옷 하나 맞춰주먼 어쩌것소?” 그러자 작은아버지는 “그거 괜찮것네.”하면서 사촌 동생을 돌아보았다. “수경아, 그라고 하면 으짜것냐?”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사촌동생이 고개를 들었다. “알았어요. 그렇게 하께요.” 순간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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