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두/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
박병두/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

 

 얼마 전 달마고도 산행길에 나섰다. 겨울 잡초로 쓸쓸함이 묻어 있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을 기다리고 있는 사색(思索)로는 해남만의 자랑으로 부족할 게 없었고, 북평 이진항이며 강진 마량 바다의 빛들은 여수의 물줄기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으로 승리의 역사를 더듬게 했다.
해남은 은둔지 역사의 숨결이지만, 바다로 길을 내어 준 3면과 황토 대지로 생업을 이어왔다. 계획 없는 귀향, 길 찾기 여행에서 필자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따스했고 고마웠다. 송종리 마을은 문중 간 땅 문제로 이웃 간 소원해진 탓에 마을 주민인 필자는, 화해로 갈등을 해소해 보겠다는 작은 마음이 일었다. 씨앗을 뿌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나서보기로 했다. 주민들을 만나고 설득하는 일이 고단하고 어리석지만, 주름진 어르신들을 사진 프레임에 담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은 행복했다. 
오늘도 송종리 마을회관을 지나 바위섬 포구를 다녀왔다. 각시바위 등대는 위험하지만, 그 바닷길을 가로질러 마을 사람들은 김발을 잡고, 전복을 잡는다. 16일 오후 4시, 토문재를 마을 어르신들이 찾는다. 해남군의 문화지수를 높이고자 마련한 우리 마을은 ‘문학마을’로 선정돼 동네 어귀에 벽화를 그리고, 사진액자와 어르신들의 구수한 방언을 구술로 담아 엮은 ‘송종리 마을사람들’ 花 페스타 일환으로, 기념회를 갖기 때문이다.
해남은 우수영과 화원반도를 거쳐 무수한 자원이 많다. 여기에 천년 사찰 해남 대흥사는 한국불교의 성지다. 얼마 전 대흥사 주지 법상 스님과 미황사 향문 스님의 안내로 대흥사에 신축 중인 웅장한 호국대전을 둘러봤다. 대들보만 십칠 미터이니, 한옥 사찰로서는 세계적일 것이다. 호국대전은 법상 스님의 정신이 묻어난 사유다. 이 시대에 절실한 불교의 역할이 무엇인지, 천삼백 년 불교사에서 대흥사와 미황사가 갖는 한민족의 공감과 소통은 크다. 조선시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 국난을 극복하는데, 의승병들이 충훈의 공을 세웠다. 호국대전은 그 중심에 섰던 서산대사를 기리며 호국을 다짐하는 전각이다. 
스님의 올곧은 정신으로 건립되는 호국대전은 금년 6월 완공을 목표로 대목장과 소목장들의 손이 빨라지고 있다. '표충사'와 일제강점기 순교와 참사라는 항일운동의 터 '심적암'과 함께, 충혼과 호국의 넋을 기리고 추념하는 국가적인 상징으로 한국사의 주춧돌이 되는 문화대전이 될 것으로 본다. 
대흥사는 현대사회의 축을 걸어온 서산대사를 추념하는 제향 향사를 연간 춘추에 봉향하고 있고, 나라 사랑 글쓰기 및 사생대회는 전국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올해 들어 28회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연기됐던 탄신 500주년 서산대제를 완공과 함께 봉행한다면, 해남의 새로운 역사요 불교계의 자랑일 것이다. 
큰 역사를 일으킨 법상 스님과 여기에 지혜를 더한 향문 스님의 고뇌에 부족함 없는 박수를 보낸다. 
계묘년 신년시 출항으로 새해를 맞는다.
 “떠나가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이 정박은 단지/ 큰 바다로 나가기 위한 묵묵한 준비였을 뿐/ 중략,/ 태양이 새벽을 밀어내고/ 아침 바다를 햇살로 물들이며/ 힘차게 떠오르듯이/ 어제 머물렀던 배는/ 망망한 대해, 태양을 바라보며/ 온몸으로 대양(大洋)을 밀어내고 있다./ 중략,/ 돌아와 넓은 곳의 바람과/ 풍랑과 세상의 풍성함에 대한/ 이야기를, 창고 가득 싣고 오기 위한 것일 뿐./ 중략/ 저 장엄한 태양과 바다/ 노도와 같이 몰아오는 파도도 실은/ 출항의 거룩함을 위한/합창일 뿐,/ 물결을 진동시키며/ 우리가 엮어 나가야 할 세상으로 향하는/ 힘찬 출발에 대한 찬가일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알고 있다./ 중략/ 저 바다가 하나이듯이/ 우리가 대해에서 만날/ 약속이라는 것을./ 그 행진의 서곡에/ 천 마리, 만 마리 비둘기를 풀어/ 태양이 찬연하게 떠오르는 바다 위에/ 훨훨훨 날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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