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이마, 가늘고 단정한 초승달 눈썹, 작고 도톰한 앵두입술, 조용한 눈빛. 혜원 신윤복의 미인은 아름답다.
그런데 해남 녹우당에도 못지않은 미인이 있다. 공재 윤두서의 손자인 청고 윤용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미인도. 이 그림에는 날렵한 저고리와 옥색치마를 입고 커다란 가채머리를 매만지는 여인이 묘사돼 있다. 가늘고 긴 눈썹, 맑은 눈, 붉고 매혹적인 입술이 생생하다.
혜원의 미인이 청순가련형이라면 보일듯 말듯 눈웃음을 짓고 있는 녹우당의 그녀는 어딘지 섹시하다. 장구채를 쥐면 금방이라도 둥기당기 춤사위를 펼칠 듯하다.
미인도의 원본은 녹우당에 보관해 왔는데, 도난됐다가 되찾은 뒤로는 국립박물관으로 옮겨갔다. 이 미인이 친정(!)인 해남 녹우당으로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해남 사람들이 많다.
녹우당에 숨어있는 서프라이즈, 바로 공재 윤두서의 지도다. 개인적인 관심으로 지도를 그린 조선의 화가는 윤두서가 처음이다.
<동국여지지도>의 특징은 섬을 아주 많이 실었다는 것. 수 많은 섬을 삼각형 기호로 표시하고 선으로 연결해서 소속 군과 현을 자세하게 밝혔다.
일찍이 바다와 섬을 개척했던 녹우당의 전통을 엿보게 하는 지도가 아닐 수 없다.
윤두서는 <일본여도>도 남겼다. 지도는 69.8cm×160.8cm로 매우 크고 상세하다. 녹우당에서 반드시 살펴봐야 할 실학자 윤두서의 작품이다.
<공재 윤두서 일가의 회화>를 펴낸 바 있는 차미애 씨는 이렇게 말한다.
“조선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정약용도 1811년에야 일본지도를 처음으로 접했는데, 윤두서는 이보다 100여년 앞서 일본지도를 구해 모사했다. 윤두서처럼 일본에 관심을 가졌던 지식인들이 일찍부터 많이 나왔더라면 오늘날 독도 영유권 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