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해남고등학교 다닐 때 이야기다. 아마 1, 2학년 때일 것이다.
해남군 옥천면 만년마을에서 해남고등학교까지 20리 길을 걸어서 다녔다. 버스 시간은 일정하지 않았다.
우리 마을에서 같이 다니는 곽종춘이와 그날도 비포장도로를 걸어서 가기로 했다. 우슬재 고개를 넘어야 했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는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났고 먼지를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길가로 피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트럭 한 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덜컹거리며 지나갔고 자동차 뒤에서 상자 한 개가 툭 떨어졌다.
운전기사 아저씨는 상자가 떨어진 줄 모르고 그대로 달려갔고 나와 곽종춘이는 상자를 주워 열어보니 과자 상자였다.
우리는 몇 봉지만 가방에 챙기고 나머지는 길가 나무 밑에 숨겨두고 학교가 파한 다음 찾아가기로 했다.
다행히 학교에 지각하지 않고 도착할 수 있었다. 학교 수업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게 흘러갔고 나와 종춘이는 과자를 반으로 나눠 가방에 빵빵하게 담았다.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분 좋아서 노래를 부르며 집에 도착하여 동생들에게 여차여차해서 과자 상자를 주웠다는 무용담을 한참 늘어놓았다.
가방에 든 과자를 쏟아놓자 동생들 입에서는 “와! 와! 와!”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때 나는 결심을 했다. 학교 졸업을 하면 취직하여 돈 많이 벌어서 동생들에게 맛있는 음식과 신발과 옷도 사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이렇게 기쁜 일이 내 인생에 늘 찾아왔으면 하고 바랐다.
그날은 운수 좋은 날이었다.
윤영대(옥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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