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일도/전)재광주해남군향우회장
임일도/전)재광주해남군향우회장

 

 우리나라에는 최고사법기관의 하나로 헌법재판소가 있다. 현행헌법(1987년 헌법)의 규정에 의해 시행된지 30년이 넘어 이제 정착돼가고 있으며 특히, 국민의 기본권보장에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헌법재판이라 함은, 헌법에 관한 다툼이나 헌법에 대한 침해를 헌법 규범을 근거로 사법절차에 따라 해결하는 작용이다. 우리 헌법은 법률의 위헌심판, 탄핵심판, 정당의 해산심판, 권한쟁의심판, 헌법소원심판을 관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9명 중 3인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를, 3인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자를,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자를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회에서 선출하는 3인은 관례상 의석수에 비례해 각 정당에서 추천하는 자를 선출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고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므로 현직 대통령이 마음대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지난해 6월 국회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사건을 기존 6대 중요범죄(경제, 부패,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에서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2개로 축소하고 수사개시 검사와 기소검사를 분리하도록 하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은 소속의원 두 명의 이름으로 이 개정된 법(일명 검수완박법)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 청구에 대해 헌재는 지난 3월23일 5:4의 의견으로 이유 없다고 기각했다. 기소는 검사가 하도록 헌법에 규정돼 있으므로 기소권한을 검찰이 아닌 다른 기관으로 변경했다면 이는 위헌일 것이다. 그러나 수사권에 관해서는 규정이 없으므로 수사 권한을 어느 기관에서 가지느냐 하는 것은 헌법사항이 아니고 법률사항이므로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법률로 만들면 되는 것이다. 
다만, 법사위의 논의과정에서 일부 절차상의 하자는 있지만 국회 전원회의에서 다수결로 통과된 이 법이 무효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신호위반을 한번 위반했다고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 결정으로 수사권의 범위를 결정하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의 효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됐다. 
그런데 지난 3월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 측 답변자로 출석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헌재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상식적으로 국민이나 법조인 중에 동의할만한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고, 또 법사위 출석 전에도 “(헌재의) 결론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국민의힘 다수의 의원들이 “이는 정치적 재판으로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말해 헌재 결정에 승복할 수 없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복한다는 뜻이며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 입법권을 부정하는 것이어서 매우 부적절한 말들이다. 
누구나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는 있지만 최고 사법기관의 결정에 대해 행정부의 장관이 공개적으로 불복하는 말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국 같은 나라에서도 서로 다른 정치세력들 간에 정치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해 싸우지만 최고법원인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모두 승복하는 전통이 있다. 
미국 국민들은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승복하는 전통이 있으며 이것이 오늘날 미국이 흔들림 없이 지탱해 가고 있는 원천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자. 이념, 지역, 세대, 성별, 정당 등등으로 나눠져 첨예하게 대립돼 다투고 있다. 이러한 때에 경기장의 심판격인 최고 사법기관의 심판마저 부정해 버린다면 그 혼란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의지할 곳은 좀 부족하지만, 사법기관의 판단밖에 없다. 비록 자신의 뜻과 다르더라도 이제 모든 국민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하고 이를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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