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는 없어도 전쟁을 할 수 있으나 식량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적정량의 쌀 생산과 가격보장은 안보와 직결된다. 그래서 1950년대 법을 제정해 운영했다. 좀 더 설명하면, 만약 천재지변으로 식량작물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면 각국은 이를 전략물품으로 정해 수출을 억제하고 가격은 폭등한다. 높은 값을 주더라도 구할 수 있다면 배고픔으로 죽어가는 국민은 최소화 할 수 있지만 현실은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특히 식량작물인 쌀 생산기반은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양곡법 16조는 ‘쌀값의 급격한 변동이 예상되는 경우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 이상 또는 이하로 매입한다’고 규정해 3%이상 쌀 생산이 초과되거나 또는 쌀 가격이 평년 가격보다 5%이상 하락한 경우에만 쌀 생산량을 매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결국 농민들에게 최저 생산비를 보장해 쌀생산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법안의 취지를 뚜렷한 명분도 없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첫째, 여기에는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 쌀의 주요 생산지는 야당의 정치적 텃밭이라는 이유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타격을 주려는 것으로 국민대통합을 추구해야 할 대통령의 태도치고는 매우 치졸하다. 전남지역은 15만5,000ha의 경작지를 보유해 전국 대비 20%를 차지하는데 생산량은 무려 376만t이다. 해남군을 보면 충남 당진군에 이어 두 번째로 21만ha를 차지하는데 거부권 행사가 지역에 부정적 영향이 크게 다가올 것은 불문가지여서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 쌀은 호남지역의 주요소득원이 분명하지만 전국 농민들의 주요 소득원 임을 부정할 수 없다. 농민 1인당 농업소득이 대략 1,000만 원인데 쌀은 48.2%로 438만 원이나 된다. 이는 돈과 인구 그리고 편의시설의 수도권 집중화와 인구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을 부채질하는 신호탄이 된다는 점이다. 그나마 정부 비축미 의무화가 보장되지는 않았으나 양곡관리법이 있어 쌀값 대폭락을 막아주어 어느 정도 소득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런 장치를 내팽개치고 시장경제를 위배한다면서 농민들이 생떼를 쓰는 것을 놔둘 수 없다고 말하는데 과연 대도시에 살고 있는 다른 국민들에게 좋은 일인가? 지방이 소멸되면 찾아갈 고향과 수려한 자연도 함께 없어지는데 마냥 좋은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셋째, 정부를 비롯한 비판론자들은 쌀 전업농을 비롯한 부유한 농민들만 좋은 게 이 제도라고 하는데 정말 농촌 현실을 1도 모르는 자들의 무식한 정권옹호자들의 비난일 뿐이다.
소규모 농업인이 많이 줄어들고 최신식 기계로 경작하는 농민이 늘어나긴 했어도 아직도 소규모 쌀농사를 기본으로 생계비를 벌고 있는 고령의 농민들이 상당한 현실을 외면하는 이런 처사는 두고두고 나라의 화근을 만드는 일이다.
그렇게 좋은 시설을 갖춘 최고 명당 청와대를 두고 새로운 집무실과 거처를 만드는데 1조가 넘는 돈을 쓰고 재벌 건설사들의 미분양 아파트 가격을 지지하고 부도를 막아주기 위해 막대한 재정투입을 하는 정권이 250만 농민과 국가안보를 해하는 쌀 가격 유지를 위한 최대 1조5,000억 원을 재정을 못 쓰겠다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는 이런 막가는 행위는 대한민국 공동체 붕괴를 초래하는 매우 위험한 권력남용으로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즉시 공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