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주민자치위 김혜경 반장
각종 봉사로 바쁜 일상

화산면 주민자치위원회 행동대장 김혜경씨가 어르신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면 반드시 나타나는 홍반장이 있다면 화산면엔 화산면주민자치위원회 돌봄반장 김혜경씨가 있다. 화산면주민자치위원회 활동뿐 아니라 다양한 봉사활동엔 항상 그가 있다. 
해남군의회 제5대 군의회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던 그에겐 정치인의 모습은 전혀 없다. 농촌 주민들과 어울려 사는 평범한 주부의 모습, 그가 추구하는 삶이기도 하다.   
매주 화요일은 김혜경 반장이 신이 나는 날이다.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글수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화산면 7명의 할머니들이 받아쓰기 시험을 보고 있었다. 
김혜경 반장이 받아 쓸 단어를 말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아이고 어렵다”, “저번에 배웠는디 통 모르겄네”라며 한글을 꾹꾹 눌러 단어를 채워나간다. 
무지개, 마스크, 머리, 나무, 가지 등의 단어 시험에 70점을 맞아 실망한 어르신부터 100점 만점을 받아 기뻐하는 어르신까지 모두 긴장되는 시간을 보내면서도 웃음이 가득했다.
김 반장은 한글자씩 한글을 배워가는 어르신들을 보면 한글을 모르는 마지막 세대라 더욱 마음이 쓰이고 배움의 재미를 찾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고맙다고 말한다.
김 반장은 “지난번에 야외로 견학을 간 적이 있는데 어르신 한 분이 안내판에 쓰인 글자 중에 아는 글자가 나왔다며 기뻐하는 모습을 봤다. 당시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울림이 컸다”고 말했다.
평소 다문화에 관심이 많아 대학 석사과정에서 언어 관련 논문을 작성한 바 있는데, 지역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더 쉽게 가르칠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렇게 배운 언어학이 지역 어르신들에게 쓰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한다.      
김 반장은 해남군의회 제5대 군의회 비례대표 의원 경력이 있다. 가정주부에서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였음에 감사한 경력이지만 의원으로서 이상과 현실이 너무도 다름을 경험했고 그래서 지금은 전혀 미련이 없단다.
단 의원이라는 경력이 주는 부담감이 있어 그녀 스스로 더 봉사하고 사람들과 더 가까이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화산면주민자치위원회에서도 행동대장이자 궂은일을 도맡는 돌봄반장을 맡았다. ‘사회적 농업 서비스’가 있는 날이면 새벽 일찍 지역 학생들과 노인들을 위한 도시락 봉사에 참여하고 또 어르신들에게 문화생활의 기쁨을 알리고자 ‘극장 나들이’, ‘교복 입고 학교 나들이’와 같은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김 반장은 “화산 어르신들이 밝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문화생활의 즐거움을 먼저 경험시켜드려야 한다. 아무리 불편해도 야외 나들이에는 지팡이를 짚고라도 꼭 참여하실 정도로 모두들 열정이 넘치신다. 어르신들을 만나 내가 가진 재능을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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