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대흥사에는 천개의 불상을 모신 전각, 천불전이 있다. 현재의 천불전 건물을 지은 이는 초의선사 스승인 완호대사다. 1813년(순조13)에 천불전을 중건한 대사는 질이 좋기로 소문난 경주의 옥석(玉石)으로 천불을 조각하게 했다. 열 명의 장인들이 천불을 완성하기까지는 6년이 걸렸다. 경주 기림사에서 완성된 천불을 나눠 실은 두 척의 배는 1817년 11월 18일 경주 장진포를 출발해 해남으로 향한다. 그러나 도중에 풍랑을 만나 파도에 떠밀리는 운명을 맞는다. 232위를 실은 배는 무사히 해남으로 떠났지만 768위를 실은 배는 일본 나가사키의 해변에 닿는다. 여기까지는 기록이 전하는 역사다. 불상과 함께 일본으로 표류한 배에 타고 있던 풍계현정(楓溪賢正) 스님이 남긴 <일본표해록>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데, 천불전 불상과 관련해서 대흥사에 전해오는 전설이 하나 있다. 일본의 해변에 밀려온 배에서 수많은 옥불(玉佛)을 발견한 일본사람들은, 절을 지어 옥불을 모실 것을 논의했는데, 어느날 불상들이 일본인들의 꿈에 나타난다.
불상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조선국 해남 대둔사로 가는 중이니 이곳에 봉안해서는 안 된다” 이런 꿈을 꾼 일본인들이 깜짝 놀라 옥불을 해남으로 돌려보냈다는 전설이다.
아쉽지만 <일본표해록>에는 꿈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천불전 옥불과 관련된 꿈 이야기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대흥사 천불전의 부처가 부산에 사는 신도의 꿈에 나타나서, “춥다. 옷을 지어서 입혀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뿐인가? 옥불은 현몽해 “옷이 너무 더러워졌다. 새 옷으로 갈아 입혀다오” 부탁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래서 신도들은 4년에 한 번씩 새 옷을 지어 천불전의 부처들에게 공양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