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두/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
박병두/인송문학촌 토문재 촌장

 

 요즘 해남군에서 마련한 인문학 강좌들이 가뭄을 해갈한 단비처럼 잠자고 있던 군민들의 눈을 뜨게 하고 있다. 
‘우리는 왜 살고 있으며,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절박한 시간들이 쌓이고 있다. 백련재 문학의 집은 필자가 1기 입주작가로 머물면서 고향 해남으로 귀향, 귀촌한 동기가 됐다. 황지우 시인은 대학의 문창과 시절 학부 지도교수로 필자의 삶과 문학에 영향을 주었던 터라 고향에서 다시 뵙게 돼 매우 반가웠다. 입주작가로 책을 읽고 창작하는 내내 해남을 발견하는 보석과 같은 시간이었다. ‘해남 땅끝에 가고 싶다’ 기행을 쓰면서 해남군과의 인연이 시작됐고 예술문화발전을 위한 세 가지 제안을 했었다. 첫째가 고산문학상 상금을 상향하는 일이었고, 둘째가 인문학 강연을 시작하는 일이었다. 셋째는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고, 길을 묻는 길 찾기 여행을 통한 군민들의 정서 함양과 인문학 소양을 통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마련해보고자 하는 일이었다. 
해남군에 건의한 게 3년 전 5월이었다. 고산 윤선도 시조 시인을 시발점으로, 해남은 시문학사에 빼놓을 수 없는 자산과 자원을 가지고 있는 유라시아 대륙의 땅이다. 고산문학상이 올곧은 문학의 길을 걷고 있는 작가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고, 인문학 강연은 박주석 교수의 향연으로 기획돼 수준 높은 음악과 함께 공직자들을 만나고 있다.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시인을 초청해 도서관 음악회도 가졌다. 이 밖에도 김경윤 시인이 김남주, 고정희 시인의 문학사를 재조명하는가 하면, 북콘서트를 열어 군민들과 눈을 마주하며 호흡하고 있다. 여기에 금년 들어 4회째를 맞는 전국시낭송대회도 박성룡, 이동주 시인 등 테마가 있는 시낭송대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5월부터 시작되는 ‘2023 황지우 시인과 함께하는 명사초청 인문학콘서트’ 소식도 반갑다. 무엇보다 문학의 스승인 시인이 마음을 열고 어려운 자리를 마련, 고향을 위한 인문학 조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영화 「박하사탕」과 「밀양」 등으로 알려진 이창동 영화감독을 시작으로, 故 이외수 소설가 댁을 건축한 조병수 건축가, 나의 문화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한국에 최초로 마티네 콘서트를 론칭한 김용배 피아니스트, 「자전거 여행」,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의 대표작을 둔 김훈 작가 등이 해남을 찾는 계기를 마련한 것은 깨어난 해남의 눈부신 여명과 같다. 
인문학의 궁극은 자기성찰이고, 그것은 저 눈부신 어둠을 침착하게 들여다보는 촉수를 가진 자의 것이다. 침묵 속으로, 어둠 속으로, 들어가 자기 뿌리를 돌아보는 시간, 그 시간이 우리 군민들을 거듭나게 할 것이다. 명현관 군수의 군정철학과 청렴 정책이 빛을 발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의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사회를 만들지 못하면,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삶에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를 미리 안다면 그 무슨 재미가 있을까? 라고 말한다. 삶을 살아가는 내내 마주쳐야 하는 온갖 위험에 대처하는 지혜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일이 인문학에서 시작된다. 
빅토르위고, 레미제라블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날들은 아직 우리가 살지 않은 날들이다”고 말했다. 황톳빛 들판과 짙푸른 수풀 사이에서 해남의 자원과 자산이 풍성하게 피어나고 있다. 
인문학도시 땅끝 해남사람들의 짙은 인간애와 맑고 순수한 영혼의 아름다운 시심(詩心)으로, 잃어버린 시간이 되찾아지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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