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해방 후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구사회로부터 한국 헌법에 이식된 정치제도로 이젠 우리 삶 속에서 공기와 같은 존재가 됐다.
서구사회야 수천 년간 여러 역사적 사건을 계기로 점차 생활로써 정착했다지만 대한민국은 어느 날 얻어지게 된 면이 강하다. 짧은 민주주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 제도를 잘 정착시켰다.
역사적으로 민주주의 제도는 처음에는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의 직접 투표로 이뤄졌으나 현재는 국민의 대표가 국민을 대신하는 대의제로 발전하게 됐다.
민주주의 가장 작은 단위는 지방자치다. 우리 지방자치단체 제도는 1990년 들어서 본격적으로 실시됐지만, 이건 단체자치였다. 즉 주민들이 지역 대표로서 군수와 지방의회의원을 직접 선출해서 자치단체를 운영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말하는 지방자치의 궁극적인 모습인 주민자치는 2013년에야 시범 시행되고 있지만 법적 근거 조항은 2020년 12월9일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에서도 없다가 2023년 지방분권 및 지방 행정 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으로 주민자치회에 대한 법적 지위가 인정되게 됐다.
주민자치의 모델에는 주민주도형, 통합형, 협력형이 있다. 지금 시범 시행되고 있는 형태는 협력형이다. 시범실시라고 하면서 다양한 지역에 이 세 가지 모델을 부분적으로나마 실시, 장단점을 찾아서 각 지역에 맞는 모델을 채택하게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행정제도란 게 법적 제도하에서 움직이다 보니,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마도 주민자치 활동을 하시는 분들은 주민들과 주도적으로 지역에 맞는 각종 사업을 발굴하고 실질적인 예산을 가지고 성과를 내는 주민주도형을 원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제도는 기존의 읍, 면, 동을 없애고 그 자리를 주민자치회가 대신해야 하므로 급격한 변화를 싫어하는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지금 시범 시행되고 있는 협력형 모델은 주민자치를 위한 재정확보나 예산 사용에도 행정기관의 허가나 간섭을 받아서 일을 추진하다 보니 주민자치회 활동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이게 무슨 주민자치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주민자치회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첫째, 주민자치회의 권한과 자율성이 강화돼야 좀 더 지역문제 해결과 주민 삶의 질 향상에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주민자치회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위원이나 위원장이 무보수 봉사직이라는 점에 얼마나 많은 전문성 있는 주민이 참여할지는 미지수이다.
셋째는 주민자치회에 대한 홍보와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강제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주민자치회 활동과 성과를 공유하면서 주민들이 주민자치회에 대한 인식이 좋은 방향으로 바뀌면서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끌어오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를 적을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법적, 제도적 정비와 그에 따른 예산 확보 그리고 감시기능 활성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최근 해남 지역신문을 보면 주민자치회 1기가 끝나고 2기로 넘어가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나름 그 지역에 맞는 주민복지사업을 선정해서 성과를 내기도 했고, 특히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은 전국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여전히 무관심한 지역민들 사이에서 일을 추진해 가는 위원과 위원장들의 노력에 존경을 표하고 그분들과 어떻게든 좋은 성과를 내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협력하고 있는 공무원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