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210kg 나누는 기쁨
이일시정미소 김석인 대표

옥천면 이일시정미소를 운영하는 김석인 대표는 매년 쌀 210kg 이상을 어려운 이웃에 기부를 한다.  

 

 “살면서 다 못 갚아요. 너무 감사하지요.”
농가 덕분에 지금껏 살아왔다는 옥천면 이일시정미소 김석인(62) 대표는 그 마음을 갚고자 7년 전부터 쌀을 나눠왔다. 매년 쌀 210kg 이상을 어려운 이웃에 기부하고 있는 것이다. 
옥천, 계곡, 삼호, 겨자씨공동체 등 어려운 이웃들에게 매년 쌀을 전달하며 주변 마을, 교회 등에서도 개별적으로 요청하는 이들에게 나눔을 실천한다.
김 대표는 정미소를 차린 지 1년 만에 남편과의 사별, 당시 남편에게 받을 빚이 있다며 찾아오는 이들까지 정미소 문을 열어 놓기 무서울 정도로 힘든 세월을 보냈다. 생전에 남편과 금전적인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기에 사람들의 말을 믿고 몇 년간 도정비를 받지 않기도 했다.
지금에야 웃을 수 있지만, 김 대표의 50대 인생은 굴곡지고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그때 나이 52세, 어려운 환경에서도 살아보려고 정미소 운영을 배웠으나 정미소 사다리에서 추락해 두 발을 다쳐 5년 동안이나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여기에 남편에게 받을 빚이 있다는 지인의 사문서 위조 및 사기 소송은 7년 반을 끌다 승소했다. 
목숨도 포기하고 싶었던 정도로 어려운 시절을 버티게 해준 것은 김 대표를 믿어준 농가들이었다. 압류, 경매가 들어올 때도 농가들이 믿어주고 힘이 돼주었다.
김석인 대표는 “지금까지 김치를 한 번 안 담을 정도로 주변 농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뭐라고, 때마다 호박 등 가져다주시고, 앞으로 살면서 그 빚을 다 못 갚을 것 같다”며 눈물을 흘렸다. 
처음에는 사별한 남편 원망도 많이 했다. 그러나 이제는 당신 덕분에 많은 나눔을 하게 됐다며 고마움이 크다.
길었던 재판에서 승소하고, 처음 어려운 이웃에게 나눌 쌀을 차에 실어놓았던 밤을 아직도 기억한다. 
김 대표는 넉넉해서 나누는 것은 아니다. 빚도 있지만 앞으로 건강하면 차근차근 갚아가면 되기 때문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김석인 대표는 “재판 때 기도를 많이 했다.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 내 눈에 보이고 들리면 아깝지 않게 도와주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늘 어려울 때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사는데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는 거 하나도 아깝지 않다. 오래도록 받은 마음을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 
옥천면 이일시정미소를 운영한지도 벌써 10년이 넘었다. 여름이면 보리 도정 손님이 많아야 하지만 올해는 한산하다. 
10월부터 구정까지 바쁘다는 그는 올겨울에도 햅쌀로 어려운 이웃들을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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