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일도/(전)재광주해남군향우 회장)
임일도/(전)재광주해남군향우 회장)

 

 현행헌법은 개정된 지 36년이 됐는데, 그동안 대한민국이 발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사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 국제질서에 많은 변화가 일었고 사람들의 인식도 완전히 변했다. 
지구촌은 하나가 돼 세계인들이 타국으로 이동, 거주, 노동이 활발해져 국가사회도 단일국가사회가 아니고, 국가구성원도 단일민족이 아니며, 기후, 환경, 식량, 보건 등의 문제가 개별국가의 문제를 넘어 전 지구의 문제가 됐다. 
이렇게 세상이 급변하니 예기치 못한 인권침해나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AI, 로봇 등과 같은 과학의 발전 뒤에는 사생활 침해가 너무 쉽고 피해가 광범위하며, 글로벌시대의 다양한 인권침해, 생활양식의 다양성, 인구구조의 문제,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등으로부터 보호 등 문제 제기가 많다. 특히 정치에 있어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합의 정치’보다는 갈등유발의 ‘신념 정치’가 일상화되고, 대표제를 통한 대의 과정보다는 광장에서 국민이 직접 행동하고 있으며, 경제사회영역에서도 부의 불균등 분배와 복지 체제 구축의 지체로 인한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청년 및 노인 빈곤, 높은 자살률 등이 큰 문제점으로 대두됐다(제기된 문제점은 공청회에 서면 제출된 김종철, 김선화의 발표문 참조). 
이와 같은 시대변화에 부응하고 문제점이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여러 차례의 개헌 시도가 있었다. 국회에서 2008년과 2014년에 각각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헌법개정 관련 위원회가 구성돼 개헌안을 도출했고, 촛불 항쟁 이후 2017년에도 개헌논의를 공식화해 전국적으로 순회하며 공청회를 열어 국민의 의견을 수렴했으나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고, 2018년 당시 대통령이 정부안으로 개헌안을 만들어 국회에 송부했으나, 여야 간 정치적 논란만 하다 심의조차 못하고 폐기됐다. 
우리나라 헌정사를 보면, 1919년 3.1운동의 결과로 상해임시정부 헌법이 제정됐고, 2차세계대전 종전 후 정부수립을 위해 1948년 헌법이 제정됐으며, 1960년 4‧19 혁명의 결과로 1960년 헌법이 나왔고,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결과로 1962년 헌법이 나왔고, 1972년 유신 쿠데타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1972년 헌법을 만들었으며, 유신헌법 철폐 국민운동과 1979년 10‧26 대통령 암살 후 비상사태에서 1980년 헌법이 나왔고, 1987년 6‧10항쟁의 결과로 현행 헌법이 나왔다. 
이와 같이 헌법제정이나 개정은 대부분 사변, 혁명, 쿠데타, 시민항쟁 등 격변기나, 독재 권력의 강압에 의해 불법적으로 이뤄졌지(3선개헌 2회), 평상시에 정상적인 여야 합의나 국민합의에 의해 개정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현재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개정 및 정치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중심으로 정치 관련 조항 3개, 즉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 국회의 국무총리 복수 추천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폐지를 중심으로 이른바 ‘최소개헌’을 통해 개헌의 물꼬를 터 보고자 노력한다. 평상시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전면 개헌은 불가능할 것 같으니 최소개헌을 시도해 보려는 노력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하필이면 왜 또 권력 관련 조항인지 아쉽다. 그리고 개정하려는 3개 조항이 다툼 없이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것도 아니고 찬반 양쪽 모두 팽팽하다. 그래서 필자는 기본권 부문에서 다툼의 여지가 적을 것으로 생각되는 조항부터 개정했으면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존엄과 행복추구권 조항의 효력 범위 확대, 생명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건강권, 휴식권, 안전권, 정보기본권, 자연재해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과학의 발달로 인해 침해될 사생활 보호권, 글로벌시대에 맞는 인권 보호 등.
우선 법률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입법으로 해결하고, 이념적 갈등이 첨예한 것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합의가 가능한 것부터 개헌을 하되 기본권 보장 및 확대부터 개정, 보완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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