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자/편집국장
     박영자/편집국장

 

 선거는 강한 팬덤을 형성한다. 선거에서 형성된 팬덤은 이후 정치 및 행정운영을 받쳐주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팬덤 형성 과정이 없는 무투표 당선은 이른 레임덕을 불러올 수 있고 또 평가 잣대도 엄격하게 작동된다.
 해남군은 몇 차례의 군수 공백과정을 거쳤다. 이러한 상황에서 요구된 인물 표상이 청렴이었고 군수 공백시대를 단절할 인물이었다.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행위지만 넓게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물의 선택이다. 해남군이 처한 현실에서 청렴을 주창하고 또 그렇게 살아온 인물이 명현관이라 여겼기에 유권자들은 그에게, 넓게는 청렴에 표를 던졌다.

 이때 등장한 민선 7기 해남군의 표어가 ‘빛나라 땅끝, 다시 뛰는 해남’이었다. 청렴으로 군수공백을 단절시켜 다시 뛰어보자는 의미가 함축된 표어였다.  
 그러한 표어처럼 민선 7기는 청렴의 군정이었고 또 군수공백도 단절시키며 군민들의 자존감을 회복시켰다. 
 그 결과가 무투표 당선이었다. 그리고 민선 8기, 해남군의 표어는 ‘힘찬 도약, 살맛나는 으뜸해남’으로 바뀌었다. 청렴으로 해남군을 안정시켰기에 이젠 힘찬 도약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어다.
 청렴은 군정 운영에 있어 기본이다. 
 그러한 청렴이 구호로, 해남군의 숙제로 한때 등장했다는 것은 결코 내세울 일이 아닌 해남군의 부끄러운 과거다. 이젠 군민들은 청렴을 넘어선 힘찬 도약을 요구하고 있다. 
 해남군은 군정 운영 동력을 국비확보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국비확보에 앞서 해남군의 지향점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그 지향점에 국비가 더해져야 힘찬도약이 되는 것이다. 
 또 군정동력을 국비확보에서 찾다 보니 모든 부서가 국비확보에 매달리고 그 결과 용역의 남발을 불러왔다. 
 해남군의 미래를 공무원도 아닌, 용역업체가 맡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해남군 공직자 수는 매년 늘고 있고 이에 1년 인건비가 1,000억원을 넘어선다. 공직자 수는 느는데 국비확보를 위한 용역을 외부업체가 맡은 현상, 과연 이러한 구조에서 공무원들의 전문적 영역, 일을 장악할 시야와 능력이 키워질 수 있을까. 

 또 공무원 수는 느는데 위탁과 중간조직, 수탁조직은 늘고 있다. 윤석열 정부들어 줄어드는 교부세에 맞춰 해남군 운영 지출에 대한 분석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읍면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총회를 통해 의제를 발굴하고 결정한다. 이는 민주적 회의구조, 결정구조를 경험하고 익히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해남군 간부회의는 의제를 놓고 토론하는 회의구조인가. 

 해남군이 나아갈 의제가 없는 간부회의는 제왕적 군수를 양산할 수 있다. 각 실과에서 추진하는 일을 보고 하고 이에 군수가 지시하는 회의구조는 절대적으로 군수의 손짓에 맞춰지게 된다. 
 이러한 회의구조 및 전달체계는 군민과의 소통도 단절시킨다. 공직사회가 모든 사업을 군수의 입맛에 맞추니 전문가의 의견도 군민들의 의견도 뒷전으로 밀린다. 군민들이 소통의 군정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해남군은 해남사랑상품권 판매와 해남미소의 매출 상승, 조기집행 등 숫자행정에선 탁월한 성과를 보인다. 

 또 국비확보액, 수상실적 모두 숫자와의 전쟁이다. 행정은 CEO를 넘어선 정치영역이고 정치의 근본은 인본과 인문이다. 인본과 인문은 곧 사람이다. 해남군이 전국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해 많은 일을 추진하고 있다지만 군민들의 체감이 낮은 것은 나의 삶과 부합되는 정책, 현시대가 요구하는 인문정신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하기에 자꾸 인근 지자체와 비교하는 일도 습관이 돼 버렸다. 
 행정은 민원을 중요하게 여기되 그렇다고 민원을 무서워해선 안된다. 큰 일을 하려면 다양한 민원은 쏟아지기 마련이고 이러한 민원해결 과정에서 행정의 협치력도 정치력도 커간다. 반대로 민원을 두려워하게 되면 행정은 그야말로 수동화되고 정책생산 동력도 상실된다.   

 해남의 변화를 요구하는 군민들의 욕구가 스멀스멀 목구멍을 치고 나온다. 최근 들어 치고 나오는 속도도 빠르다. 무투표 당선, 분명 영예이지만 그만큼 변화의 속도를 내야 하는 무거운 영예이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