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사람들이 부산에 가면 반드시 찾아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부산 사하구의 몰운대와 중구 대청로의 부산근대역사관이다.
몰운대는 영암군(현. 해남군 옥천면 대산리)에서 태어난 정운 장군과 관련이 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던 해에 장군은 녹도(고흥)만호였다. 그가 이순신과 함께 남해바다를 지키고 있을 때 경상수사 원균이 지원을 요청해왔는데, 여러 장수들이 난색을 표한다.
선조25년 5월1일자《수정선조실록》에 실려있는 내용이다.
“우리가 우리 지역을 지키기에도 부족한데(我守我疆且不足) 어느 겨를에 다른 도에 가겠는가(何暇赴他道耶).”이에 정운 장군과 송희립 장군이 나선다.
“적을 토벌하는 데 우리 도와 남의 도가 따로 없다(討賊無彼此道). 적의 예봉을 먼저 꺾어놓아야(先挫賊鋒) 전라도도 지킬 수 있다(則本道亦可保也).”
부산포 해전에서 이순신의 함대는 왜군을 크게 격파하지만 정운 장군은 전사한다. 선봉장으로 싸우다 안타깝게 희생된 것이다. 몰운대에 가면 정운장군의 순의비를 만날 수 있다.
부산근대역사관은《해은일록(海隱日錄)》이 보관된 곳이다.
《해은일록》은 해남군 마산면 남계리 출신인 해은 민건호가 1883년부터 1914년까지 31년간 써내려간 일기다.
일기는 조선의 격동기를 담고 있다. 그가 부산해관(세관)에 근무할 때 쓴 일기는 부산의 개항사 연구에 로제타스톤같은 자료다. 일기는 그가 해남으로 돌아간 후의 일상도 담고 있어서 한국 근대사의 빈틈을 메워주는 소중한 자료로 평가 받는다.
《해은일록》에 실린 부산에서의 일기가 139년 뒤에 일으킨 나비효과를 소개한다. ‘1884년 9월16일. 맑음. 오후에 보슬비가 왔다. 당소의(唐紹儀)의 집에서 갑비차(甲斐茶)를 대접받았다.’ 이는 한국에서 커피를 마신 최초의 기록이다.
이 기록을 찾은 부산시는 9월16일을 커피데이로 정하고 부산을 커피의 도시로 선포했다. 2023년 9월16일. 부산에서 제1회 ‘부산은 커피데이’ 행사가 열린 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