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금(전서울시의원)
민상금(전서울시의원)

 

 언제나 그렇듯이 다사다난했던 2023 계묘년도 저물어 간다. 그런데 지난 3~4년 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코로나 팬데믹의 공포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세모를 맞는 사회적 분위기는 물론 개인적인 감회도 사뭇 다르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 방역을 위해 거리두기와 비대면 때문에 금지됐던 이런저런 송년 모임이 되살아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1월20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발생했다. 그리고 지난 6월1일자로 대통령이 앤데믹(풍토병화)을 선언함으로 우리의 일상은 예전처럼 회복됐다. 그동안(3년 6개월) 세계적으로 누적 환자수 7억6,590만명, 누적 사망자수 693만명, 우리나라만의 확진자 수는 3,135만명, 사망자 수는 3만4,583명이나 됐다. 우리나라는 8차례의 추경을 편성해 195조원의 돈을 풀어 방역에 힘을 쏟아 세계 제일의 선방국이 됐다. 

 사람들은 황혼빛이 더 아름답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아픔과 슬픔이 짙게 드리워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파 시인으로 25세에 요절한 존 키츠는 ‘아름다움은 우수와 함께 한다’라고 노래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한 해가 저무는 12월의 아름다움에서 아픔과 회환으로 아쉬워한다. 오래전 아주 아주 오래전 12월 어느 날, 나는 고향으로 가는 마지막 기차를 타기 위해 서울역 광장으로 모여드는 군상들 틈에서 상실과 후회, 낭만과 우수가 뒤범벅이 된 감정을 안고 걸었던 경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세모가 가까워지면 들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 캐롤과 아주 차가운 깊은 겨울 밤 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영롱하게 빛나는 별빛을 나는 유난히 좋아한다. 다른 계절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내일과 새해를 다짐하는 미완성의 시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다. 
4년 전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 시작됐을 때 인류학자들이 예견했던 것처럼 현재 우리 삶의 모습은 코로나 이전과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코로나 시절 피할 수 없는 고통과 불편함에서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몸을 움츠렸다. 그동안 세상을 떠받치던 네 기둥-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우리가 믿었던 사회 안전망이 견고하지도 안전하지도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면 다시는 예전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알게 됐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짐이나 약속되로 살지 않고 살수 없음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지난 한 세기를 지배해온 무한성장만이 살길이라는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는 기득권 세력의 과욕이 낳은 어리석음 때문이다. 
사물이 인간을 지배하는 자본주의는 사회와 자연을 파괴하는 정글법칙만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의 살길은 강자 중심의 패권주의에서 벗어나 공존과 포용만이 살길이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한국최초 동아시아 최초의 교황청대법원 로티로마나(변호사) 출신 한동일 교수의 라틴어 인생문장(문학동네) 안의 짧은 경구에서 답을 발견했다. 

 메멘토모리(죽음을 기억하라). 카르페 디엠(이 순간에 충실하라). 아모르파티(운명을 사랑하라). 바니타스 바티타템(헛되고 헛되다). 갑진년 새해에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절에 다짐했던 이런 저런 소망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생각날 때 즉시 찾아뵙고 안부전화도 자주 드리고 인내하고 용서하며 서로 사랑하는 가운데 우리 모두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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