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베테랑 선장 인근 배에 대어소식 타전
갓 잡아온 삼치 땅끝 선착장과 산정서 판매

송지 땅끝주민들의 삼치잡이가 시작됐다. 삼치잡이가 시작되자 땅끝마을과 산정리에서의 삼치 좌판 판매도 시작됐다.
바삭바삭한 김 위에 노릇노릇 잘 지어진 밥을 넣고 싱싱한 삼치를 얹어서 한 입 가득 넣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삼치. 그 맛을 알기에 삼치철인 요즘 삼치를 사려는 사람들의 발길도 땅끝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치는 그물을 이용해 대량으로 잡는 방법과 채낚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뭐니 뭐니 해도 채낚기로 잡아 올린 삼치의 싱싱함과 맛을 따를 수가 없다.
해남에서는 30여대의 어선이 채낚기를 이용해 삼치잡이를 하고 있다. 삼치잡이는 9월에서 12월 초순까지가 철이다.
채낚기를 이용한 삼치가 왜 뛰어난 맛을 내는지 삼치잡이 경력 15년의 베테랑 지훈호(약 2톤급)의 선장인 오명열(항구회집 대표·49)씨를 동행 취재했다.
지난 14일 새벽 6시, 바다바람은 한기를 느끼게 한다.
배에 올라타자 통~통 통~통 배 엔진 모터에 시동이 걸리고 해양네비게이션과 어군탐지기를 따라 목적지인 완도 외모도(무인도) 인근 해역으로 향한다.
삼치잡이는 때에 따라 장소가 다르다. 9월에는 완도 외모도 인근 해역에서 삼치가 많이 잡히고 10월에는 추자도와 진도 병풍도 근해, 12월이 되면 여수 거문도로 이동한다. 당연히 이때는 해남에서 삼치잡이가 마무리 된다.
일행을 태운 지훈호는 14~15노트 속도로 땅끝을 출발해 50여분 만에 외모도 인근 해역에 도착했다.
이날따라 짙게 드리워진 안개 때문에 시야 확보가 용이치 않다. 바다가 잔잔하고 물색도 좋아 풍어가 기대된다는 말에 삼치잡이 조황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고 오 선장은 귀띔한다. 그래서 어민들은 삼치를 도깨비고기라고 부른단다. 오 선장은 9월 초부터 날씨만 허락되면 삼치 잡이에 나선다. 많이 잡는 날은 40여 마리(시가 100여만 원)도 낚지만 4~5마리로 그치는 날도 있다.
현장에 도착한 우리는 낚싯줄이 100m나 되는 8개의 일명 공갈낚시(생미끼가 아닌 가짜 미끼)를 바늘에 끼우고 2~3노트 속도로 배를 전진시켰다. 채낚기를 이용한 삼치잡이는 배를 멈추지 않고 10시간 내내 이동하기 때문에 배 멀미가 있는 사람은 절대 데려가지 않는다고 한다.
30~35m의 수심에서 30분이 다 되도록 삼치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이 컸던지 조업 시작 30여분 후 첫 입질이 시작됐다.
삼치는 2kg 이상이 돼야 삼치라 부르고 2kg 이하는 고시라 부른다. 당연히 고시는 시장가격이 없어 집에서 조림용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연속 잡힌 삼치 4마리가 모두 고시다. 계속되는 실망감. 씁쓸히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한쪽 채낚기 낚싯줄이 팽팽히 조여온다.
삼치잡이 베테랑인 오 선장은 채낚기 낚싯줄에 연결된 고무줄의 늘어나는 정도에 따라 큰놈인지 작은놈인지 알 수 있다. 오 선장의 긴장된 표정으로 보아 큰 놈이 틀림없다.
빠른 움직임으로 낚싯줄을 끌어올려 보니 2.5kg 정도의 삼치다. 짜릿하다. 연이어 3.5kg의 삼치 3마리가 올라오자 오 선장은 기분이 좋아 인근 어선에게 자신의 조황을 무전기로 알린다.
해남에서는 30여척의 어선이 삼치 잡이를 나선다. 조황이 좋으면 무전을 통해 서로에게 소식을 전한다. 이것은 어선 모두가 함께 삼치를 잡자는 어부들만의 의리이자 예의란다.
새벽에 출발했기에 정오 전인데도 배가 고프다. 배위에서 먹는 막 잡은 삼치와 밥 그리고 라면은 꿀맛이다. 잠시도 바다에서 시선을 놓지 않는 오 선장은 컵라면 하나로 대충 끼니를 때운다. 10시간 이상 섬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망망대해에서 배를 멈출 수 없는 삼치잡이 어부들은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이렇게 해결한단다. 오후 2시 물이 멈춤에 따라 배를 땅끝으로 돌린다. 이날 잡은 삼치는 9마리. 고시까지 합한다면 도합 22kg을 잡은 셈이다. 기름값과 하루 인건비 수준이다.
항구에 도착하자 오 선장의 부인이 나와 있다. 삼치를 산정 길가 좌판에서 팔기 위해서다.
오 선장 부인과 함께 삼치좌판에 나섰다. 다른 어선들은 조황이 썩 좋지 않았는지 삼치장이 서질 않았다. 삼치 값은 kg당 1만 원 정도, 추석 대목에는 1만5천원까지 오른단다.
땅끝마을 삼치는 배가 돌아올 시간에 맞춘다면 선창가에서 구매할 수 있고 산정리 어물전 앞 좌판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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