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에 와닿는 물가상승이 심상치 않다.
생활에 꼭 필요한 석유, 전기료뿐 아니라 생필품과 식료품까지 월급 빼고 모든 것이 오르고 있다. 정부에서 발표하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상승세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 10년간 1% 안팎이던 물가상승률은 코로나 사태를 기점으로 21년 2.5%, 22년 5.1%, 23년 3.6%가 증가했다. 2021년 초 1만원이던 물건이 24년 초 현재는 1만1,160원이 됐다는 뜻이다.
소비측면뿐 아니라 해남의 주요 경제를 담당하는 농어업 역시 인건비와 연료, 농어업자재의 상승률에 비해 판매가가 오르지 않으니 최악이라는 말이 나오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왜 물가가 오르는 것일까?
첫 번째 물가상승의 원인은 통화량의 증가로 인한 화폐가치의 하락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많은 국가가 돈을 풀어 통화량을 늘렸다.
특히 세계경제의 중심이 되는 미국 달러의 경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이하 연준)가 지급준비금을 늘리면서 M2(현금, 예금, 단기 금융상품 등을 모두 합친 것으로, 시중에 순환 중인 화폐의 총량)가 20년 초 대비 22년 초 40%가 증가했다.
이 지구를 100명이 사는 마을이고 이 마을 내에서 유통되는 돈의 총액이 10억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마을에는 은행이 한 곳이 있는데, 은행에서 갑자기 마음대로 4억을 더 발행해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준 것이다.
그러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마을에서 가지고 있는 물건의 총량은 그대로인데 갑자기 유통되는 지폐의 양만 늘어나면 1만원이던 물건은 1만4,000원을 주어야 살 수 있게 된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물건의 가치가 오른 것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다.
은행에서 마을 사람들 모두에게 공평하게 새로 발행한 4억을 나눠주었다면, 약간의 혼란은 생기겠지만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4억을 공평하게 나누지 않으면 부의 재분배가 일어나고, 가만히 있다가 돈을 받지 못한 사람은 손해를 본다.
헌데 왜 통화량을 늘린 시기가 아닌 22년부터 “진짜” 힘들다는 소리가 나오게 된 걸까?
그 이유는 바로 금리 상승에 있다. 연준에서 통화량을 급격히 늘리던 22년 초까지 0%대에 가깝던 기준금리를 지금까지 급격히 끌어올려 현재는 5.5%에 달한다. 마을에 처음 통화량 4억이 늘어나면, 돈이 더 생긴 사람들은 기분이 좋으니 소비를 늘린다. 때마침 은행의 이자율도 매우 낮으니, 은행에서 돈을 빌려다 집도 짓고 사업도 확장한다.
그런데 갑자기 은행에서 내일부터는 이자를 5배쯤 더 내라고 요구하게 된 것이다. 1억을 빌려서 집을 짓고 월 10만원의 이자를 부담하다가 갑자기 50만원을 내라고 하게 된 셈이다.
월급 200만원은 그대로인데 이자를 더 내게 되니 어쩔 수 없이 소비를 줄이게 된다.
월세 10만원짜리 집이 갑자기 50만원이 된 셈이다.
이렇게 금리 상승은 자산의 보유비용을 증가시켜 자산가치가 하락하고, 가용소득이 감소한다. 쓸 수 있는 돈이 줄어드니 오른 물가가 더욱 무섭게 체감될 수밖에 없다. 소득이 감소하니 이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의 투자 역시 그 비용이 증가해 위축된다.
통화량만 늘렸을 때는 그래도 돈을 쓰는 사람들이 있어 시중에 돈이 풍부하게 돌았는데, 금리까지 올리니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위축돼 정말 이러다 IMF가 다시 오는게 아닌가는 공포감까지 밀려오는 실정이다.
연준은 “코로나로 세계 경제가 힘드니까” 돈을 찍어내고, 돈을 찍어내니 “물가가 너무 올랐으니까” 금리를 올리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경제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제멋대로인 마을 은행의 횡포를 주민 100명의 힘을 모아 바꿀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 할 것이다.
다만 이를 당장 우리의 힘만으로 바꿀 수 없다면, 지금이 겨울임을 알아차리고 이를 대비하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명한 농부는 겨울에 씨앗을 심지 않으며, 추운 날씨를 원망만 하고 있지 않는다. 지난 가을의 수확물을 갈무리하고 다음에 다가올 봄을 준비한다. 합리적이고 철저한 대비를 통해 이 어려운 시기를 지혜롭게 견뎌내고 함께 성장해 나가는 힘이 필요한 시기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