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평 남창 CU편의점 김혜경
캘리그라피·그림 선물에 푹

북평면 남창마을 CU편의점 김혜경 사장은 한땀 한땀 직접 그린 작품을 손님, 지인들에게 선물한다.
북평면 남창마을 CU편의점 김혜경 사장은 한땀 한땀 직접 그린 작품을 손님, 지인들에게 선물한다.

 

 북평면 남창마을 CU편의점에는 그림 그리는 사장님이 가게를 지킨다.
이 자리에서만 40년 장사를 한 김혜경(62) 사장은 학생수가 줄면서 문구사 슈퍼를 폐업하고, 6년 전 편의점을 열었다.
가게를 운영하면서 자유시간을 갖기란 어려웠지만 저녁에 짬을 낸 것이 ‘캘리그라피와 그림’과의 인연이었다.

 2년 전 친구의 권유로 김혜경 사장도 배움에 발을 내딛게 됐다. 강사는 옥천면에서 도담공방을 운영하는 강승철씨다. 북평면에서 캘리그라피, 수채화를 배우는 그림동우회도 결성했다.
캘리그라피는 노력이 많이 필요했는데 김혜경 사장은 한땀 한땀 수십 번, 수백 번 연습했다. 그리고 가게를 보며 틈틈이 그린 그림과 캘리그라피를 손님과 지인들에게 선물한다.
김혜경 사장은 손님들이 ‘예쁘네요. 잘 쓰시네요’ 말 한마디에 나눔의 기쁨을, 그 나눔이 나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음을 체감한다. 

 그림을 나누면서 편의점에서 보내는 시간도 즐거워졌고, 고객들을 응대하는 것도 더욱 친절해졌다. 
이렇게 재밌는 세상이 있구나 깨닫곤 한다는 김 사장은 아름다운 작품을 집에만 두기보다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면서 마음 가득 기쁨이 넘쳐나는 날을 보내고 있다. 
그림동우회 회원들은 여러 행사에도 나가 캘리그라피 봉사도 했다. 
해남군 주민자치박람회, 북평용줄다리기 축제 등에서 군민들을 만나 원하는 글귀를 써준 것이다.
김혜경 사장은 뭘 하든 대충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편이다. 어릴 적부터 별명도 ‘왕초’, ‘왕순이’로 남들 하는 일에 뒤로 빠지지 않고 열정적으로 몰입한다. 

 김혜경 사장은 “엄마가 이런 걸 한다고 자식들한테도 자랑을 했다. 여러 사람이 내 작품을 봐 주니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 나이에도 새롭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가슴에 꿈틀댄다”고 말했다. 
그는 4년 후 정년퇴직을 목표로 한다. 이제 남은 편의점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이후에는 가게를 벗어나서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다. 
25살에 시집온 날부터 장사를 했고, 뒤돌아볼 시간 없이 앞만 보고 자식을 키웠다. 지금은 편의점을 운영하며 아침 6시부터 10시,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하루 11시간을 근무한다. 

 가는 세월이 아쉽지만 남은 인생을 어떻게 즐겁게 살지 고민한다. 
그 열정이 어찌나 대단한지, 정년퇴직을 하면 해남읍에 방을 하나 얻어 수영도 다니고 노래교실, 문화교실 등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싶단다. 

 김혜경 사장은 “지금은 제2의 인생을 위한 워밍업을 하고 있다. 나를 위해서 살려고 하고, 그동안 열심히 살았기에 그럴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4개월에 걸쳐 김혜경 사장이 그린 해바라기가 편의점 한 켠에 아름답게 폈다. 그의 인생도 더 활짝 아름답게 피어날 것이다. 

저작권자 © 해남우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