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줄 다 돼 만난 사이라 사랑은 더욱 애틋
만날 때부터 할머니 손과 발이 된 할아버지

“죄송해요. 그러나 당신을 만나 행복을 알았어요”몸이 불편해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할머니.
“저 여인이 없으면 나는 못살아. 생의 마지막까지 손과 발이 돼 줄거야”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돌보며 행복을 느끼는 할아버지.
최원재(80)할아버지와 배금심(77)할머니는 4년 전 우연히 만났다. 이때 배 할머니는 풍으로 한쪽 몸이 마비돼 자유롭게 운신을 할 수 없는 몸이었다.
최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처음 만난 순간 마지막 생을 같이 할 동반자, 자신이 돌봐줘야 할 사람이란 걸 느꼈다.
몇 번의 만남 후 현산면 일평리에서 보금자리를 튼 할아버지 할머니. 할머니가 몸이 불편하다보니 집안 살림도 할아버지 몫이고 할머니의 손과 발이 되는 것도 할아버지 몫이다.
할머니에 대한 할아버지의 사랑이 어찌나 애틋한지 주변 사람들도 모두 할머니 대하길 공주 모시듯 한다. 같이 손잡고 노인종합복지관을 출입하는 노부부. 몸이 불편한 할머니를 버스에 태우고 내릴 때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다칠까봐 조바심 내는 할아버지 때문에 버스에 앉아 있는 노인들 누구나 일어나서 할머니를 맞을 정도란다.
최근 할머니는 넘어져서 병원에 입원했다. 몸이 아픈 할머니를 보는 할아버지의 눈에 이슬이 맺힌다. 불편한 몸도 좋으니 더 이상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담긴 눈물이다.
지난 15일 병원을 방문했을 때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고 미장원으로 향한다. 혼자서 몸을 가누지 못하기에 종일 할머니의 손발이 되는 할아버지다.  
노부부는 가는 곳마다 주변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잉꼬부부로 알려져 있다. 자식들 모두 출가시키고 80줄이 다돼 만난 사이, 왜 일찍 만나지 못했을까하는 아쉬움이 큰 만큼 사랑도 애틋하다.  
할머니 자녀들은“그런 분이 어디 있다 이제 오셨을까”라며 할머니를 놀린단다. 할머니도 내게 너무 큰 축복이라며 오래오래 건강하게 같이 살고 싶단다.  
할머니는 도시할머니처럼 참 곱게 생겼다.
원래 멋쟁이기도 했지만 할아버지가 그 만큼 다듬어 주는 부분도 크다. 예쁘게 봉선화물을 들인 손톱. 할아버지가 비닐로 꽁꽁 묶어준 덕분에 예쁘게 물이 들었단다.
아무리 봐도 다시 보고픈 얼굴, 마지막 생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노부부, 그 행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고 말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이 사춘기처럼 해맑기만 하다.

                         박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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