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한사온. 우리나라의 겨울 날씨를 대표하던 표현이다. 사흘 추우면 나흘 따뜻하다던 이 날씨를 요즘 아이들은 무슨 의미인지조차도 모른다고 한다. 겪어본 적이 없으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계절이 무너져 내린 종잡을 수 없는 날씨는 수천년 이어온 한반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조차 빠르게 바꾸고 있다.
이번 겨울에는 유난히 예기치 못한 날씨가 이어졌다. 특히 제주도는 하늘길과 바닷길이 막히면서 수만명의 관광객들이 발이 묶이는 일이 일어났다. 매년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그저 하늘만 바라보고 발을 동동 구를 뿐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안으로 제주도와 대륙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의 건설과 고속철도의 연결은 오랫동안 꾸준히 논의돼온 과제이다.
해저터널을 통한 제주도 고속철도 연결은 단순히 지역간 연결 차원을 넘어 전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게 함으로써 국토 균형 발전의 비전을 앞당기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남과 완도를 비롯한 전남 남부권은 수도권과의 고속 연결 교통망이 없어 지역개발과 관광산업 발전에 항상 어려움을 겪어왔다. 지금까지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서도 수도권의 신규 광역 철도 사업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수도권에 비해 항상 후순위로 밀려있던 전남 남부권의 고속교통망의 확충은 지역간 불균형 구조를 단숨에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노선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돼 왔다.
오랫동안 별다른 진척이 없었던 서울~제주간 고속철도 연결 논의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재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을 위한 계획 수립이 올해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은 2026년부터 2035까지의 기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이번 계획에 반영되지 못하면 앞으로 10년을 다시 기다려야 한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말이 있다. 또한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다.
한번에 서울에서 제주까지 가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 시작은 해남까지여도 충분하다. 서울~제주의 노선이 천리길이라면 해남, 완도까지의 노선은 그 천리길의 반 이상이 될 것이다.
제주와의 고속철 연결의 여론이 하나로 당장 모아지기 어렵다면 1단계로 해남, 완도 노선을 연결하고 여건이 개선되면 향후 제주연결은 자연스럽게 다시한번 논의될 것이다.
우리군은 국토균형발전의 상징과도 같은 땅끝권역에 고속철이 연결된다면 유라시아 철도와 태평양 바다를 연결하는 기점으로서 신해양 시대의 관문이자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기후위기의 시대, 해저터널을 통한 고속철도의 연결은 언젠가는 성사되고야 말 숙명같은 사업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서남권 문화관광행정의 중심지 땅끝 해남이 돼야 한다.
아직은 고속철도 연결이 타당성이 있는 사업인가, 혹은 현실성 없는 허황된 꿈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많은 것으로 안다. 그러나 우리는 확신하고 있다.
국토의 최남단 땅끝까지 고속철도가 연결되는 시대, 이것보다 더 타당하고 경제적이며 가치있는 사업이 또 있을까.
한반도의 시작점, 땅끝해남에서 고속철도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고 제주도를 오갈 수 있다면 이보다 더 매력적인 교통망이 있을까. 이번 제5차 국가교통망 계획에 땅끝권역의 고속철도 연결이 반드시 반영돼야 하는 이유이다.
꿈같은 이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타 지자체에서 고속철도의 노선을 끌어오기 위해 들였던 공력을 돌이켜본다면 군민과 향우, 해남을 사랑하는 전 국민의 염원이 모아져야 가능한 일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많은 관심과 성원이 필요한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