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들녘이 노랗게 물들어간다. 바야흐로 여름내 땀을 흘린 보람이 결실로 돌아오는 시기이다. 아마도 조금 있으면 알곡들이 포대에 담겨 차곡차곡 창고에 쌓일 것이다. 창고 앞에 선 가장은 기나긴 겨울을 생각하면서 흡족한 마음으로 가족들을 내려다볼 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가장은 한 집안을 지켜주는 울타리이다. 울타리란 불가항력적인 외부의 힘을 차단하기 위해 존재하는 튼튼한 성벽은 아니다. 나와 이웃을 경계 짓는 상징성으로, 그 속에서 가족을 보살피는 존재로 울타리는 서있다. 울타리가 없는 집을 상상해보자. 아무나 불쑥불쑥 무시로 집안을 들락거릴 것이고, 부는 바람도 집안으로 휑하니 그냥 들이닥쳐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썩어빠져 유명무실한 울타리라면 하루빨리 교체를 해 다가올 북풍으로부터 가족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멀쩡한 울타리를 썩은 울타리라고 우겨댄다면 그 진위 또한 가려내야 할 것이다.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박철환 군수에 대한 수사가 다시 시작되었다고 한다. 7월 1일 취임 이래 박 군수는 갖가지 소문에 휘말려 왔다. 일이 이쯤에 이르고 보니 군정도 적잖게 파행을 겪고 있다고 한다. 공무원들 또한 뒤숭숭한 분위기 때문에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전해온다.
잘잘못은 분명 가려져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오랫동안 군정을 공백에 가까운 상태로 몰아가면 안 된다. 우리는 6·2지방선거가 끝난 후 줄기차게 제기되어 온 소문들에 대해 조기 수사와 그 종결을 촉구해 왔다. 선거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속 시원한 결과가 나와 다음을 도모할 수 있게 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또한 지지하는 후보로 갈린 민심을 조기에 봉합하고, 선거 과정에서 혼탁하게 뒤얽힌 양 진영 간의 상처 또한 조기에 치유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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